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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문 Mar 17. 2023

잃어버린 친절을 찾아서

알바하는 곳에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직원분들이 오셨는데, 정말 친절하시고, 밝고, 긍정적이시다.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에 나 또한 밝은 기운을 얻음과 동시에 옛 시절을 떠올린다. 나도 신입사원 땐 저리 해맑았었는데...(F.O)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신입사원 소개란에 ‘회사와 나, 모두 행복한 곳으로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었다. 그만큼이나 회사에서 해맑았던 나였다. 성질부리는 민원인에게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친절함을 보였고, 굳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찾아다 대령해 주는 적극적인 신입사원이었다.


그러나 고작 4년 남짓의 사회생활동안 나는 정말 많이 변했다. 생떼 부리는 사람에겐 강경대응, 친절한 말투보다는 단호한 말투를 장착했다.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본성이 드러나는 것일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성향이 있다. 나 같아도 친절하게 대해주면, 하나 물어볼 거 두 개 물어보겠다.

당장에 후배들도 같은 팀의 깐깐한 선배에게 물어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옆 팀까지 와 내게 질문을 했었다. 민원 핑퐁전화는 내 일이 아님에도 내가 알아봐 주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일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모두에게 친절을 유지할수록 내가 더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로 인해 평판은 좋아질 수 있겠으나, 내가 필요할 때 그들이 친절할 것이란 기대는 헛된 것이더라.


나는 내가 피곤해지면서, 손해 보면서까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착한 사람도 아니고, 착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갈등을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회사생활을 할수록 사람에 대한 선이 명확하게 생겼고, 친절에 대한 한도가 생겼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 불쾌함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됐고, 깔끔히 손절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운 놈은 해줄 수 있는 일도 부러 안 해줬다. 나만의 생존법이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친절했던 어린 내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여전히 나는 믿는다. 한도가 생길 땐 생기더라도, 사람에 대한 긍정을 지향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지옥일 테니까. 선의를 편리로 받아들이는 인품들을 탓할 뿐.


신입 선생님들을 보며 때탄 내 모습이 괜스레 멋쩍다. 이번에 들어오신 우리 신입분들은 깨질 일, 부딪힐 일 없이, 내내 친절하고 밝고 사람에 긍정적인, 순수한 사람으로 남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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