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비용의 대표주자는 배달의 민족이 아닐까 한다.
5년 전만 해도 나는 배달의 민족에 ‘텅’이 뜨는 지역에 살았었다. 그래서 배달음식이란 것에 맛들릴 일도 없었는데, 결국은 독립하면서 배달의민족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 아- 심지어 커피를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이야.
직장을 다닐 때, 특히나 야근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퇴근길에 늘 배달의민족을 들어가게 되었던 것 같다. 퇴근길에 배달앱을 켠다는 것은 내겐 그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는지를 의미했다.
퇴사하고 수입이 없어지면서 배달음식을 중단하겠다 선언한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치킨, 파스타, 연어를 시켜대기 시작한 걸 보면 스트레스와 배달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분명하다.
혼자 배달을 시키는 날이면, 최소주문가격을 넘기기 위해 남길 것이 뻔한 음식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혼자 먹을 음식을 2만 원, 때론 3만 원을 넘게 지불하면서도, 자기 합리화가 아주 잘된다.
‘나 이렇게 힘들게 하루 보내고 돈 벌었는데... 일당으로 치면 10만 원도 넘는데... 이 정도는 나한테 해줘야지.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뭘 해달래!?’
‘분업사회에서 내가 배달을 시켜줘야 사장님들이 먹고살지~!’
‘직접 해 먹으면 시간도 들고, 에너지도 드는데, 이 정도 값이야 뭐.’
‘아, 남으면 내일 먹음 될 거 아냐~’
인터넷 쇼핑엔 몇 천 원 아끼려고 회원가입에 쿠폰발급에 난리가 나면서도, 배달료에는 거리낌이 없는 내 모습을 애써 외면해 본다.
물론 주문이 마냥 편하고 쉬운 건 아니다. 기왕 배달을 시키는 것이니,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거다 싶은 음식은 왜 이리 없으며,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지점이 왜 이리 많은지. 양식, 분식, 치킨, 피자 종목을 바꿔가며 30분은 고민해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배달앱을 뒤져가며 음식을 고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지, 때때로는 배가 부른데도 배달앱을 뒤적이곤 한다. 중독성이 거의 유튜브급. 요상하다 요상해. 도대체 이 배달앱은 나의 정신 어디쯤을 지배하고 있는 걸까.
유튜브가 그러하듯, 배달의민족 또한 나의 헛헛하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음식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다 보니, 어쩌면 고작 시청각만 만족시켜 주는 유튜브보다 우위에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