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왜 몸 쓰지 말고 머리를 쓰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나는 한 달짜리 병원 아르바이트 중이다. 환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이다. 환자들을 모시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하루에 만 보 이만보가 거뜬히 넘어간다. 그렇게 꼬박 6시간을 일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발바닥과 종아리에 고단함이 쌓인다.
알바를 처음 시작한 한 달 전엔 머리 아프지 않고 몸만 쓰는 일이라 참 좋았다. 직전 회사에서 머리와 마음이 너무 고되었던 탓이다. 안 쓰던 몸을 쓰니 몸에 생기가 돋고, 병원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마음의 힐링이 되곤 했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시간이 가는 것도 좋았다. 몸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더 도와드릴 건 없는지 쫄래쫄래 환자분들을 쫓아다니던 나.
이제는 몸이 한계에 다다랐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무거워진 몸을 느끼고, 일을 할 때에도 조금이라도 앉을 틈이 있으면 냅다 앉아 종아리를 주무른다. 교사, 간호사, 의사, 서서 일하는 모두가 존경스러워진다. 나는 아무래도 사무직이 더 맞는 것 같다며 털레털레 퇴근하는 나. 재밌게 시작한 이 알바가 이제 고작 일주일 남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도대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며, 술자리도 꼬박꼬박 나오던 친구들은 대체 어떤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던 건가. 나는 온실 속에서 자란 비실거리는 잡초였구나. 나의 첫 아르바이트 경험이 나를 겸손해지게 만든다.
“그거 운동부족이야. 힘들지? 저녁에 더 운동해야 해. 정말로.”
남자친구의 한 마디에 맥이 탁 풀린다. 그래, 운동하자. 이 저질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