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끊임없이 위안을 주는 글쓰기
글쓰기 수업 10개월 차. 작년 재취업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벌써 가을, 겨울,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수업을 하며 느낀 것은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만 해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번주 과제는 자유주제로 써보겠다고 아주 호기롭게 엄포를 했으나 주제만 여러 번 바꿨다. 글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쭉 읽어보며 느낀 점이 있다. 글쓰기 클래스 초기와 비교했을 때보다 글이 조금 더 간결해지고 다듬어졌다. 담고 싶은 걸 다 담는 것보다는 버릴 건 버리고 줄일 수 있는 건 줄이는 것이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달까. 내 생각을 독자에게 순도 100% 전달한다는 건 힘든 영역인 것 같다.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쩌면 독자들은 내 글을 읽으며 자신만의 감성으로 나를 오이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내 글이 한 사람에게 힘을 북돋아 줄 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 뿌듯함을 느낀다. 더 나아가 나의 글을 보며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 그 사람도 이렇게 버텨내며 살고 있다는 것’ 그걸 알아보고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나 또한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과의 재밌는 시간을 가져도 어쩔 땐 글 한 줄이 내게 더 유의미할 때가 있다. 그 한 문장의 여운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처럼.. 어쩌면 글이 가지는 가치는 무한대가 아닐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깨달아 갈 때가 많다. 과제를 하며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었는데, 내가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네?’, ‘애매모호했던 생각들이 글을 쓰다 보니 더 정리가 되는 것 같아.’와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처럼 나 자신을 알아가는 수단으로 글쓰기만큼 좋은 건 없다고 느낀다.
매주 수업을 할 때마다, 수업 초창기 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해주시는 작가님. 솔직히 처음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난 여전히 어렵고 모르겠는데 실력이 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곤 했다. 마치 아무리 당겨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근육라인과 자극점을 도저히 모르겠는 등 운동처럼.
그래도 당기다 보면 근육이 붙는 것처럼 글도 매주 꾸준히 쓰다 보니 글력이 생기는 것 같다. '서론-본론-결론'을 머릿속에 스케치를 해두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구도도 자연스럽게 잡히게 됐다. 마치 잠자고 있던 글쓰기 세포가 깨어났달까? 이제 막 글쓰기 걸음마를 떼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인데 꽤나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
재취업을 하던 작년 가을, 글쓰기도 같이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일이다. 마음이 심란했던 입사 초기 때 내게 새로운 위안이 되었던 글쓰기. 그때 차곡차곡 쌓아나간 글들을 보면 23년도를 맞이하던 내 모습이 그려진다. 마음은 조금 힘들었어도 의욕과 희망은 놓지 않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기록들. 그리고 난 그 흔적들을 보며 또 위안을 받는다.
처음엔 글을 기술적으로 있어 보이게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술술 나오는 내 마음의 소리를 쓰는 게 더 좋다. 꾸밈은 조금 부족해도 솔직 담백한 마음이 묻어나는 글이야 말로 누구나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아닐까.
매 수업마다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시는 작가님. 또 '대화'의 굶주림을 채워주는, 늘 진심어린 마음으로 저를 지켜봐주시는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작가님, 우리는 늘 그랬듯 다음 주 목요일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