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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 Sep 19. 2023

혼자 산지 3년 차, 내가 독립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

각종 공과금이 무서워도 혼자 살래요.


내가 벌써 자취 3년 차라니. 먹고 자고 한 기억뿐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약 3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났고 차를 폐차하면서 출퇴근이 어렵게 되어 독립을 하게 되었다. 28년을 부모님과 함께 붙어살다가 처음으로 혼자 똑 떨어져 나오는 이 날을 얼마나 상상했는지 모른다. 20대 초반부터 내가 오매불망 바래왔던 순간이었는데 막상 큰 집에 혼자 들어서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삿날 텅 빈 거실에서 하얀 캐리어를 테이블 삼아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온갖 잡동사니가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는 4인용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세미 프로 자취러.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순간 테이블을 마주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밤에 치워야지, 내일은 꼭 치워야지, 이번 주말엔 꼭 치워야지’ 마음만 먹던 것들이 그 자리에 쌓여져만 간다. 쓰레기도 번식을 하는 걸까? 전날에 먹은 과자봉지도 복리효과를 누리는 건지.. 정말 의문이다.

혼자 살게 되면서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내 책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손을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썩어버린다. 그게 식재료든, 음식이든, 빨랫감이든, 과자부스러기든 뭐든. 퇴근 후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을 때 엉망진창인 집안 꼴을 볼 때면 내 마음 상태도 덩달아 엉망진창일 때가 많다.



가족들과 같이 살 땐 온전히 쉬는 게 정말 침대 위에서 쉬는 거였다면 지금은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게 쉼이 되었다. 가끔은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빨래망에 빨랫감을 넣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가 대신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살고 싶진 않지만 집안일만 해주는 우렁각시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엄마라는 존재. 엄마는 어떻게 이 모든 걸 퇴근 후 매일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건지. 그것도 아무런 댓가 없이 말이다. 머리카락 좀 제발 묶고 다니라던 엄마의 잔소리를 혼자 살고 나서부터 이해했다.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는 머리카락. '뒤돌면 한가닥'이라는 말이 진짜였다. 차라리 한 가닥이면 다행일 정도다. 화장실에 핀 곰팡이와 물때도 마찬가지. 나는 28년 동안 엄마의 노동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살았고 모든 게 당연했다. 정말 철이 없었던 거지.

가족들과 함께 살 땐 매일이 전쟁이었다. 성인이 되면서 머리가 크면 클수록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이 불편했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관계에 있어 더 돈독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살아보니  진짜 그렇다. 더 애틋해졌고 어떤 날은 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통화는 자주 하지 않지만. 혼자 살아보니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괜한 잔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지금 가족과의 관계가 좋고 앞으로도 더 좋을 예정이다.



나 혼자만의 공간은 정말 필요하다. 내 취향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고 취미 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가끔 힘들어서 울고 싶을 때 엉엉 울어도 누구 하나 보는 사람이 없다. 빨개 벗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샤워실에 들어가도, 혼자 누워서 이상한 성대모사를 해도, 밤 12시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도, 24시간 음악을 틀어놔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물론 밀린 집안일과 각종 공과금, 생활비에 마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지만 내 정신과 몸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자취생활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나를 챙기는 건 나뿐이며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몸이 아플 때 서럽더라도 정신 차리고 뭐라도 더 챙겨 먹게 된다. 내가 멈추면 이 집의 모든 것이 멈추게 되니까.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직 자신의 집은 자신이 돌봐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을 책임지며 살고 있다. 그 책임의 무게는 독립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더 와닿게 된다. 나는 단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지 않은 게 아쉽다.



혼자 사는 삶을 정말 추천한다. 그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쉼의 공간으로써 나를 보호할 수 있다. 규칙적이진 않아 보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루틴을 발견할 수 있고 나에 대해 더 알 수 있다. 삶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 중 하나가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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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이 너무 좋다.

이 집에 살면서 삶의 큰 일들을 겪어내며 조금씩 단단히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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