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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Feb 07. 2023

이 막은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연습 중이니까요.

김유담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를 읽고

커튼콜 :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들이 관객의 박수에 답하여 다시 무대로 나오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


연극이나 오페라, 음악회 등에서 공연이 훌륭하게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은 찬사의 표현으로 환호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낸다. 커튼콜을 받은 출연진들은 감사의 의미로 다시 등장하여 그 기대에 부응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난 이번 생의 막을 연습 중이어서 커튼콜은 사양할 수밖에.




며칠 전 자는데 뭔가 까끌하고 까슬한 것이 살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해서 살펴보니 발에 굳은살이 생겨 있었다. 말랑하고 부드러웠던 발은 사회의 차가운 면, 뜨겁고 아픈 면에 데이고 식혀져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입사 2년 차, 돌아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어릴 적부터 늘 곁에 있던 책의 세계의 중심에 들어와 많은 걸 배운 시간으로는 참 짧기도 했다.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두근거리고 신이 나했던 것도 어느덧 2년이 채워지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른 취업으로 자유로운 대학교 생활을 조금 더 못 누린 것은 아닐까.

잔뜩 날이 선 예민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붙잡지 못한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 슬며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픔과 그리움이 번져 코끝이 찡해진다.

나를 이토록 성장하게 해 준 많은 사람과 사랑하는 것들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지만 여전히 그 기억과 마음은 내 속에 고스란히 남아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니, 그리워, 속삭인다. 2022년을 지나오고 연말의 반짝거림은 사라지고 새로운 계절과 설레는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대로다. 25살이 된 나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나 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지나가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마음에도, 거리에도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다.


좋아하는 작가, 김유담의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를 읽었다.

주인공 조연희가 마주치는 사회의 낯선 이면들이 날카롭고 뾰족해 내가 처음 맞닥뜨린 사회와 닮아서 슬프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다치고 깨지기도 했지만 결국 조금씩 이어 붙여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을 더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조차 나랑 닮아서 그래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사회는 아프고 힘들기만 한 곳은 아니다. 등장하자마자 막이 내리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내 곁의 좋은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나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는 많은 것들이 나를 이 막에서 빛나게 해 준다. 


마지막 찬바람이 곁에 남아 여전히 외로운 지금 이 계절에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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