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살껄, 사지 말껄
집은 거주 목적이어야지 투자라니...
돈에 눈이 멀어서 빚내서 여기저기 집사고, 몇푼 안되는 월세때문에 세입자에게 군소리 하는 사람들을 꼴사납게 여겼더랬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을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은 불이 붙기 시작하고 전국이 불장이 되었을때는 그런 기억들이 나를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 어딜가나 누가 뭘 사서 얼마나 올랐다더라 뿐이었고, 등뒤에서 그런말이 들려오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정말이지 주먹을 날려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에 휩싸이고는 가슴치고, 패배감에 울고, 일기를 써봐도 후회가 가시질 않았다.
아 그때 살껄...
부동산 시장이 한참 암흑기였을때 그래도 노후의 여유로움을 위해 하나쯤은 사둬야지 싶어서 부동산을 돌아다니다가 도심의 대형평수 아파트도 이제는 내릴일만 남은것 같아 접었었던일,
건물주가 돼보겠다고 주택인지 건물인지 하나 구입하려다가, 아 저거사면 월세는 이자로 다 나가고 평생 나는 원금갚느라 쪼들리고, 은행만 좋은일 시키는거 같아서 돌아섰던 때를 후회했다. 이 멍청이.
결국 부동산 강의를 들었다.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나만 안쓰고 있었네 이 바보, 일억를 융통하는데 일년에 몇십만원밖에 안해.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니 이자를 내도 내가 은행보다 훨씬 더버는거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통화량이 많아지고 돈가치는 내려가니 부동산이 우상향 할수 밖에 없는 구조라, 사놓고 버티면 버는 거구나.
인구가 줄어든다는 하락론자의 논리는 얼토당토 않지. 가구수는 늘어나고 또 서울은 계속 몰려드니.
그동안의 경제상식의 무지함을 깨워주는 강의에 감탄하면서 나는 이 대세상승장을 하루라도 빨리 올라타고 싶어졌다.
그때만 해도 내가 사는 동네 외엔 생각지도 못했던 나에게 전국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강사의 이야기는 서울에 있는 부동산을 꿈꾸게 했다.
당장 서울은 세금이 너무 높으니 그보다 조금 아랫 동네를 타겟으로 삼았다.
그래 여기를 서울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기는 거야!!
막상 임장을 가보니 소도시지만 백화점도 있고 도로도 번듯하고 너무 괜찮은데?
이미 콩깍지가 씌여서 보러갔으니 당연하지.
그 징검다리도 이미 불장이라 공인중개사분의 전화통은 불이날 지경이고,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었고, 이미 두개를 놓친 나는 가격을 올리면서 계약을 했다. 가격을 올렸지만 무릎보다 조금 높았을 뿐이고, 나는 어깨에 팔꺼니 상관 없었다. 듣고 있던 몇주차 부동산 강의가 다 끝나기도 전이었다.
대단한 일을 실행하고서는 강의 커뮤니티에 글도 올리고, 이미 속성으로 마스터가 된 것마냥 의기양양했다.
가슴만 치던 후회의 늪에서 드디어 징검다리를 밟고 올라서 어깨를 필 수 있었다.
아직까지 살까말까 한 사람들을 보면 자고로 부동산이란 말이야 하며 꼰대질이 나오려는걸 참느라 힘들었다.
1년 정도 지났으려나? 전세가도 매매가도 주춤하더니 무릎보다 조금 높은 줄 알았던 그 가격은 지금보니 어깨였네. 지금 매매가는 허리 언저리.
튼튼하고 영롱하던 징검다리는 온데간데 없고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거기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사지말껄...
오늘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는 또 마이너스 하나 추가.
서울로 가는 징검다리는 대출이자며, 재산세까지 퍼다먹으면서 무지개처럼 사라지고 있네.
내 정신줄까지 징검다리랑 같이 휩쓸렸나 실소만 나온다.
버티기는 실소를 자아내는 구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