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가야? 나 관객이야. 1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색다른 시선

by 김경섭

너 대가야? 나 감상자야. 1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색다른 시선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무엇을 애써 그리지 않고 평면 위에 단순한 몇 개의 색만 칠하거나, 커다란 색면 캔버스 위에 선 하나만 죽 긋고 끝내는 색면추상 화가들의 원조다. 마크 로스코는 커다란 대형 캔버스 위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몽롱한 직사각형의 색면들을 만들어 냈다. 바넷 뉴먼은 하나의 색으로 채워진 커다란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선을 하나 주욱 그었다.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그리고 끝이다. 그리고 근엄하게 감상자들에게 묻는다. “그대여, 숭고함이 보이지 않는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직관적으로 판단하자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작가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념적으로 시대적으로도 미니멀리즘과는 다른 내용이다. ‘숭고’의 느낌을 추구하는데, 칸트, 에드먼드 버크, 프리드리히 실러가 말했던 그 ‘숭고’ 비슷한 것을 이 작가들은 추구하는 것 같다.


마크 로스코는 “나는 추상화가가 아니다. 색이나 형태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비극이나 운명, 인간 본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바넷 뉴먼은 “감정의 첫 폭발이나 감정적 소비의 흥분이 아닌, 서서히 차오르는 감정의 충만함이 나의 관심사이다.”라고 말했다. “계속 응시하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대가는 근엄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그들의 작업 의도와 작품 속의 철학적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의심의 대가인 나에게는 거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약간 와 닿을랑 말랑 하는 것도 같다.


미술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 중에 70%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서였다고 한다. 그렇게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감동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작가는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들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똑같은 종교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괜히 거짓 눈물을 흘릴 이유는 없다. 로스코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의 심장에 쾅하고 와닿는 무언가가 있는 것도 같기도 하다.


그것이 진짜 있는 무엇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강한 열망과 믿음인지, 아니면 마치 상상임신 같은 것처럼 자기 속임과 착각인지 궁금해하고 고민해 본다. 하지만 집요하게 추적한다고 해도 명쾌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추적자의 판단과 도그마로 도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술작품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것은 한 작가에게 너무 가혹한 의심과 불신인 것도 같다. 그렇게 의심하자면 그 잣대는 마크 로스코 한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과 상황에도 해당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삐딱하게 그들 작품에 대해 의심을 한다고 해도, 이미 확고부동한 대가의 반열에 자리한 그들의 입지에는 어차피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한 명 내지는 나와 생각이 비슷한 몇 명 정도는 그렇게 생각해도 충분히 괜찮다고 본다.


마크 로스코는 “내가 삶에서 걱정하는 것은 단 하나, 검정이 빨강을 집어삼키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진지하고 엄숙한 줄로만 알았는데, 개그 감각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약간은 로스코에 대해 호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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