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가야? 나 관객이야. 2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색다른 시선

by 김경섭

너 대가야? 나 감상자야. 2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색다른 시선


로버트 라우센버그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며 시큰둥했었다. 해체주의 미술의 제왕이라고 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유명한 또라이의 장난질 정도로만 치부했었다. 그런데 미술사를 공부하며 그의 작품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조금씩 스며들며 설득당하는 면이 있다. 이것이 바로 ‘반복의 미학’인가? 이미 작품값이 천억을 돌파하고 미술사의 한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차지한 레전드의 권위에 결국 어쩔 수없이 나는 수그리는 것일까?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닥치는 대로 무지막지하게 폐품들을 모아 거대한 쓰레기들의 집합체를 만들어냈다. 거기에서 거침없는 실행력과 묘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싸이 톰블리의 작업은 아무리 반복해서 봐도 그 어떠한 것도 나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느껴지는 것은 세상의 부조리와 내 안의 분노일 뿐이다. 둘 다 ‘그냥 막!’ 한 작업들의 표본이자 레퍼런스이고 레전드 급의 작가들인데,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냥 나의 주관적인 느낌과 일관성 없는 선호도의 차이인 것일까?


싸이 톰블리


라우센버그가 미술의 흐름과 변화에 확실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맞는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을 개념과 이유로부터 해방시키고 재료와 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데 분명한 역할을 한 것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진지한 철학과 관념에 묶이면 표현이 제한되고 영감이 사라지는 부분이 있다. 지금 현재의 오방난장 미술이 제대로 발전해 온 것인지 정신없게 혼탁해진 것인지는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미술이 꼭 정제되고 정돈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그렇게 간다고 해도 그것 나름대로의 수많은 단점과 모순들, 부작용 또한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의 자유분방하고 혼란스러운 미술은 바꿀 수 없는 결과적 현실이다.


반복되며 세뇌당하는 것인지 권위에 복종당하는 것인지 결국 그의 작업은 어느새 내게도 훅 들어와 버렸다. 미워하면서도 보고 싶고, 욕하면서도 끌리는 이율배반적인 감정 같은 것일까?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지만 결국은 인정을 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밉기만 하고 전혀 보고 싶지 않고 전혀 끌리지 않고 욕만 하게 되는 사람들과 작품들도 많기에, 그에게 껄렁 껄렁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매력이 있음을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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