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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와서 대리운전 합니다

<특별기획> 서울대 팔아서 살아남기 프로젝트 1

나는 서울대를 졸업했고 지금 대리기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어그로를 끌기 위해 사기 친 것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99학번이고 5수를 해서 서울대 조소과에 들어갔다. 그니까 수능을 다섯 번 봤다. 아. 시작부터 부끄럽네...


미술을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은데, 대부분이 그렇듯이 집에서도 반대하고 “예술하면 굶어 죽기 딱 좋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 번뿐인 인생이고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어떻게 살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다 죽을 텐데 내 꿈에 도전하고 싶었고, 어려운 길이라지만 서울대를 졸업하면 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확률이 낮을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나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내 길은 내가 뚫을 것이고 계속해서 두드리면 기어코 그 길은 열릴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


대리기사 일을 시작한 지는 이제 막 한 달이 넘었다. 한 달하고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지만, 원래 쪼끔 해 본 사람이 많이 해 본 것처럼 설치는 법이고, 그래야 귀여운 맛이라도 있으니까.

한 달 했어도 백 콜 넘게 뛰었는데, 그럼 해 볼만큼 해 본 거지 뭐... (열심히 사시는 대리기사 선배님들 죄송함돠!^^)


2004년도에 학교를 졸업했고, 처음에는 예술고등학교와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 작업을 하기 위해 작업실도 차렸다. 그러다가 중간에 접고 다른 일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고 (고작 5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하지 않겠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되어서 작업을 한다고 해서 그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의든 타의든 원하든 원치 않든 부업이나 알바를 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중간중간 작업을 쉬거나 끊어야 하는 일들은 모든 작가들에게 공통되는 일이다. 그 끊기는 시간이 좀 긴 사람과 짧은 사람, 그리고 완전히 끊기는 사람과 다시 이어가는 사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쨌든 작가의 삶이라는 게 부업은 거의 필수인데, 주로 예고 실기 수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이벤트 식으로 단발성 노가다도 좀 하고 그러다가, 이제 대리기사 일까지 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되게 우울했다.

"아 시...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 (더 대단한 일을 해야 되는 님이신데...)" 막 이러고.


근데 이런 일을 하기 싫고 우울하다는 것이, 약간 귀족 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뭐라고, 나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일’이라는 표현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재수 없고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표현일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을 같이 학교를 다닌 친한 동기 형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형이

“경섭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아마 그쪽에서는 너를 환영할 거야. 너랑 잘 어울리고 니 능력에 딱 맞아. 어쩌면 너한테 과분할지도 몰라. 힘내!”

이러더라.ㅠㅠ


열심히 사시는 대리기사님들의 일을 폄하하거나 희화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좀 솔직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려다가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고, 누군가에게 무례를 범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대리운전을 하시는 분들도 사실, 이 일을 꿈꿨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대리기사가 되어서 “엄마 나 대리기사 됐어!” 이렇게 기뻐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지 않나? 메인 잡이든 투 잡이든,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만 부러 드러내고 막 자랑하고 싶은 일도 아니긴 하다.


콜을 받고 고객에게 찾아가기 전에 얼마나 걸릴지 확인전화를 먼저 해야 되는데, 사람들 있는 버스 안에서 “대리기산 데요...” 하고 고객에게 전화를 하는 일은 아직도 좀 어려운 일이긴 하다. 다들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냥 하는 일이지.


여하튼 나는 현재 부업으로 대리기사를 하고 있지만, 본업은 미술작가이다. 근데 돈은 부업으로만 벌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다. (설마 나만?...)


작업을 지속해서 해왔고 개인전을 열한 번 했다.









그리고 올봄에는「미친놈 예술가 사기꾼」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이어서 후속 편 두 권의 원고를 이미 다 써 놨고 출간 준비 중인데, 첫 책의 반응과 성과가 현재 거의 없어서 냉정하게 말하면 나머지 두 권은 과연 발간할 수 있을지 불확정적이기는 하다.


미술계와 도서 시장에서 반응과 성과는 현재 거의 없는데, 읽어 보신 분들은 책 내용이 굉장히 참신하고 좋다고, 매우 예리하다고, 참 안타깝다... 이것은 숨겨진 명저라고 언젠가 분명히 빛을 발할 것이라고 평해 주신 분들도 있다.

물론, “이게 뭐냐? 최대한 빨리 때려 쳐라.”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미친놈 예술가 사기꾼


이곳은 원래, 한 미술 작가가 그의 시선으로 미술 콘텐츠를 다루는 곳인데, 보통의 미술 콘텐츠들과는 좀 많이 다르기는 하다. 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 그것이 공감을 사고 받아들여진다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 근데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나 혼자 외치다가 끝내 외면당할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뭐. 그것은 나의 손해일까? 이런 보석 같은 작가를 몰라보는 문화예술계의 손해일까? (ㅋㅋㅋ 이런 미친놈...)


기존의 정통파 관점과는 다르게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름을 위한 다름이나 색다름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니 기존의 관점과 많이 달라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홍보하고 있다.


같은 내용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게재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유튜브와 블로그는 이제 갓 두 달, 브런치는 막 한 달을 넘겼다.

 

유튜브는 이제 곧 구독자 백명을 앞두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유튜브이다. 숨을 데가 없고 가장  벌거벗고 올라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러운, 관종과는 반대되는 사람인데 매번 부끄럽고 괴롭고 숨고 싶다. 하지만 결국 나를 드러낸다. 지금까지는 내가 먹고 싶은 반찬만 골라 먹어 왔지만 이제는 그럴 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뭐라도 더 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더 끄집어 내서 살아 남아야 한다.


블로그의 경우는 하루 방문객이 없는 날이 가장 많고 가끔씩 한 자리 숫자 후반의 방문객이 지나갈 때도 있다. 블로그 활성화를 위해서 해야 하는 노력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나와는 잘 안 맞고 하기가 싫은 것들이다. 고고한 학인 양 아직까지도 허세가 남아있고 절실하지가 않나 보다. 점점 더 나도 변하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나중엔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지.


브런치는 한 달 정도 꾸준히 글을 올려본 결과 아주 약간 감이 잡히는 듯하다. 여기는 다른 플랫폼 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게, 평등주의를 지향하고 그래도 최대한 많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알고리즘인 것 같다. 그래도 모든 작가들이 같은 대우와 결과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생태계와 시장의 원리에 맡겨두는 유튜브와 블로그 등과는 달리, 소수의 작가에게 관심이 너무 쏠리는 것을 좀 지양하고 소외된 작가에게도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좀 있는 것 같다.


어떠한 글을 올리든 일정 정도의 라이킷(like it, 유튜브나 블로그 에서의 좋아요)은 차고, 어느 정도 차면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게, 게시 노출이 확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인기작가와 비인기작가의 갭 차이가 무한대로 벌어지는 것을 좀 막으려는 것 같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이 아수라 백작 얼굴처럼 공존하고, 작가의 입장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


나는 현재 한 달 넘게 거의 매일 꾸준히 글을 올려왔는데 현재 스코어 구독자 6명이다. (그나마 한 명은 아내 ㅠㅠ) 이것을 보면 여기도 공정한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좀 앓는 소리를 내면, 구독자가 더 늘어날까나?...


처음에 시작하면서 구독자가 아주 소수이더라도 절대 찌그러지지 않고 내 갈 길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먹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뭐 그렇게 나쁘지 않은 스코어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욕심을 부리고 다른 야심을 품었던 것인지,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글에 반응이 있다면, ‘서울대 나온 대리기사가 말하는 서울대 나와서 좋은 점’과 그리고 ‘미술작가와 부업’ 또는 ‘작가와 부업’이라는 주제와 콘텐츠로, 대리운전 직업의 애환(누가 보면 한 십 년 한 줄.)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장단점이 있고 수입은 어떠한지, 작가 일을 하면서 할 만한 부업인지 등에 관해서 더 깊이 들어간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항상 참 딜레마가 깊이 들어가면 길어지고 사람들은 멀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길게 이야기하면서도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능력자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그 축에 끼지는 못하기 때문에 내가 길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다 도망갈 것이라서 일단 나는 최대한 짧게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길게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최욱식 화법^^)


추신

조심스럽게 한 가지 당부를 드리자면, 저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른 많은 미술작가나 다른 분야의 작가들, 예술가들의 삶과 생각에 대해 일반화시키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우들이 있고, 저는 그저 제 경험과 제 생각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수많은 작가 중 한 명인 n분의 1로써 받아들이시면 가장 정확할 테지만, 그래도 다양한 경우들이 있다고 해도 또 각각의 경우들은 비슷한 경우들로 묶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저 딱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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