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서 기술 뽐내기의 가치는 이미 오래전에 거의 폐기 처분되었고 현대미술은 철학과 의미 제시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미술을 시작하는 사람은 손재주가 있어서 그림 그리는 기술이 좋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시작할 때의 재능일 뿐이고 조금만 지나서 대학에만 입학하고 나도 그 재능의 가치는 터진 풍선처럼 되고 만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계속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고 연마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조리학교에 입학했는데, 알고 보니 일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요리 실력과는 상관이 없고 이론 실력과 영업 능력, 사교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그리기와 만들기의 쾌감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하지만, 미술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철학과 인문학, 논리학 그리고 영업과 홍보 능력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원래의 본능대로 무언가를 산출해 내고, 그것만으로는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가 없으니 부수적인 것을 욱여넣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고 주의와 관심을 끌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