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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섭 May 24. 2024

가짜 이유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작업은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감추거나 포장하는 일이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감추거나 포장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표현 욕망을 밑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것을 보이고 설명할 때는 제각각이다.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금기시되고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은, 야동 촬영이 아니라면 범죄이고 감옥에 갈 행위이다. 무책임한 솔직함이나 솔직함을 위한 솔직함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수가 있고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세상에 온 목적은 뭘까? 대단한 목적과 거창한 명분을 몸부림치며 찾지만, 그런 거 없다.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다.

작업을 하는 멋있는 명분을 찾고 만들지만, 결국 나는 그저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다.

내가 표현하는 일을 업으로 택한 것은 나의 욕망 때문이고, 심오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결국 내가 표현하는 것도 결국엔 욕망 그 자체일 뿐이다.


모든 존재는 결국 욕망의 덩어리들인데, 내 작업도 그러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작업은 나의 자화상이자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가짜 이유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결국은 가짜 이유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 실력인 것이다. 상품을 팔 때도 그렇고 이성을 유혹할 때도 그렇지 않나? 완전 거짓말도 곤란하고, 순도 100%의 진짜 이유만 있다면 매력이 없고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적절히 배합해서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것. 그것이야 말로 영업의 본질이고 정치의 본질이고 사랑의 본질이고 예술의 본질 아닌가?


그것이 가짜인지를 알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인 가짜는 기꺼이 속아 넘어가주는 것이다.

 

작품의 이유와 의미는 후 가공되는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품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과 함께 심오한 의미를 기대한다.

시각예술에서 이미지와 언어 사이에는 필연적인 간극이 존재하는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나 애초에 말로 설명할 것이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질문이 들어온다. 그러면 답변을 해야 한다.


대가급의 작가들은 밑에서 알아서 포장과 해석을 해주고 작가에게 직접 정말로 궁금한 질문을 하는 게 너무 유치하거나 무식한 느낌을 갖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

하지만 대가급이 아니라면 보통의 작가들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야 한다.


의미와 이유가 먼저 있고 그것에 따른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와, 작품이 먼저 있고 그에 따른 의미와 이유가 만들어지는 경우 중에 후자가 훨씬 더 많다. 의미와 이유는 최대한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에 원서를 내거나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100% 순도의 진실만 쓰는가? 이성을 유혹하는 데 있는 그대로의 진심과 진실만 가지고 승부하는가? 없는 학위를 만들어내고 중요 기준이 되는 이력 부분에 있어서 명백한 거짓말을 쓰는 것은 완벽한 범죄이고 선을 한참 넘는 것이겠지만, 성장과정에서 있었던 경험담이나 자신의 장단점 고백에서 완벽한 진실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절한 거짓말은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일 수도 있는 것이며,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냥 애교로 귀엽게 봐주고 알면서도 넘어가기도 한다. 그 각자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그럴듯하게 달콤한 구라를 만들어내고 그것에 속고 속이고 믿어주고 넘어가주고 그런 것이 예술이고 사랑이고 인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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