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묵묵히 나아간다

인발 아리엘리 <후츠파>

by Lana H

뭐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린다. 조급하다. 휴전 중이다. 계층 간 갈등이 심하다. 효율성을 추구한다, 불편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다. 공동체를 중요시한다, 서로 싸우다가도 국가적 문제가 생기면 적극 나선다. 은근 나라에 대한 자긍심 넘는 민족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다.


그런데, 여기 한국과 비슷한 민족적 특성을 가진 나라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민한 면이 있다. 불편 사항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바꿔야 하고, 효율성을 중요시한다. 또한 북한과 대치 관계에 있는 한국처럼,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과 대립하는 중이다.


비록 이스라엘이 전시상황에 노출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위상은 꽤 높다. 세계경제포럼 혁신 국가 138개 국 중 3위를 차지, 12명의 노벨 수상자 배출, 5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보유, 활발한 해외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내전을 겪는 나라를 생각해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이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는가?


바로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사일이 날아와도 일상을 포기할 순 없다!


이스라엘에서 미사일 공격이 한창일 때도 아이들은 매일 걸어서 등교했다. (...) 이스라엘 아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 평소와 같이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불확실성은 불편을 초래하지만,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무작정 위험을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p.119

이스라엘 국민은 항상 불확실성과 마주하며 산다. 모든 국민이 적국의 사정거리 안에 있어도 절대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부분 학부모는 평소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직장에 출근한다. 참고로 이스라엘 학생들은 '걸어서' 등교한다. 여기는 부모가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문화가 아니다. 아이들은 미사일 폭격으로 인해 파괴된 잔해를 헤치며 스스로 학교까지 가야만 한다.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는 힘을 기른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사는 자세를 갖게 된다.



방공호야말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장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때 공습 사이렌이 울릴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사이렌이 울리면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달려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상황이 수습되길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접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 대피소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 p.124

어떻게 바깥에 총성이 울리는 방공호에서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가. 심지어 노래도 부른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들은 좋든 나쁘든 모든 상황을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방공호에 모여 전쟁에 대해 한탄하기보다 열린 마음을 갖고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운이 좋다면 대화를 나누다 방공호에서 사업 파트너를 찾거나 학업을 도와줄 새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이 정도면 환경 탓을 하고 싶다가도 저절로 누그러들 것 같다...!



괜찮아요,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맹목적일 만큼 긍정적인 신념을 가졌다. 히브리어로는 이를 '이히예 배세데'라고 부른다. (...) 이히예 배세데는 현실을 보고, 희망차고 안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이다. p.286-295

이스라엘은 공통의 서사가 있다. 바로 핍박과 극복의 역사다. 그들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억압, 바빌론 포로, 로마 식민지, 독일 홀로코스트까지 여러 시대를 거쳐 이스라엘 민족을 제거하려는 핍박이 있었다. 당시 강대국들은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이유로 말살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지금의 이스라엘 국가를 세웠다(여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너무 복잡해서 생략..). 그들의 무의식에는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 비록 불안한 국제정세, 전쟁 가운데 있어도 절때 좌절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발전과 혁신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츠파>를 읽고 그동안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문제까지 끌어안고 살진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가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언제 병에 감염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안전 수칙을 잘 따르되, 너무 움츠러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는 코로나고, 나는 내 일상을 꿋꿋이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비록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 입장이지만, 평생 쉬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공백 기간을 알차게 이용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 낼 것이다.


이히예 베세데를 마음속에 새기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