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님, 점점 글에 OO님이 들어가는 게 느껴져요.
더웠던 여름 A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올해 1월 독서모임을 통해 A님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가깝게 지낼 기회가 없었다. 서로 간단한 안부를 묻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게 그 분과 내가 나눴던 대화의 전부였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터져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흐지부지 독서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날 잡아서 한 번 만나요!'라며 같이 모임을 하는 분끼리 약속했지만, 코로나는 장기화됐고 약속은 잊혔다.
어느 날 A님께서 내게 카톡을 보냈다. 좋은 독서모임이 있는데 OO님도 같이 참여해보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A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새롭게 합류한 독서모임에서 화기애애하게 잘 지내고 있다.
지난여름 잠시 코로나가 주춤할 때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참가해보고 싶어 서울로 올라갔다. 그때 오랜만에 A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모임이 끝난 후 A님과 가는 방향이 같아 기차역에 갈 때까지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A님께 고해성사하듯이 나의 글쓰기 변천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냐 싶다. 그때 당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었는가 보다.
"처음에는 책 요약 위주로 글을 썼어요. 그런데 문득 다시 생각해보니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책을 읽는 목적은 내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건데, 너무 지식 습득 위주로만 책을 대한 것 같았어요. 이제부터는 나의 내면이 녹아내려있는 서평을 쓰고 싶어요" 라 말했다. 그러자 A님도 내 독후 기록이 점점 바뀌는 게 느껴졌다고, OO님 다운 글을 쓰는 게 보였다며 말씀하셨다. 그때 기차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달려가느라 제대로 인사를 못한 게 아쉽지만,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은 순간으로 남아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고양과 교감이었다. 나 다운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과 글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