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만든 이 순간
Day.12
올 2월 나는 학원강사를 그만두었다. 일은 견딜만했다. 영어야 뭐, 퇴근하고 공부하면 되었고, 상사의 지적에도 별 탈 없이 잘 넘겼다. 유난히 마음이 힘든 날은 심장이 터질 듯이 달리면 그만이었다. 그만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냥. 그냥 좀 쉬고 싶었다. 철 모르던, 지금도 철이 덜 들었지만, 24살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린 그런 사람이었다. 지방 4년제 대학 졸업장이 부끄러웠다. 아무리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도 졸업하면 지잡대 OO대학 출신이다 하는 말이 듣기 싫었다. 학문을 더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더 높은 대학, 그냥 지방 국립대 대학원에 들어가면 폼이 살 것만 같았다.
대학원 공부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음대를 전공하고 졸업하면 개인 레슨 강사 또는 피아노 선생님을 하는 게 공적인 루트였다. 그런데 너무 월급이 적었다. 도저히 6시간 일하고 한 달에 100만 원 받는 생활을 못 하겠더라. 역시 음악은 돈 있는 애들이나 하는 게 맞다고 그때 확신했다. 일하는 시간은 음악학원보다 적고 돈은 조금 더 많이 받는 일자리를 알아보다 영어학원에 마음이 끌렸고, 어쩌다 보니 4년을 일하게 되었다. 영어강사로 일하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좀 별로였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 가득한 마음은 딱히 없었다. 운이 좋게도 일하다 보니 아이들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일을 즐기며 하게 되었다.
퇴사를 하기 전 여러 계획을 세웠다. 2020년에는 나를 조금 더 단련시키고 싶었다. 자기 계발을 마음껏 해 보고 싶었다.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삶의 모든 부분을 뜯어고쳐 나갔다. 나와 같이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만났다. 어쨌든 그분들 덕에 일을 하느라 잊고 있던 나의 중심을 찾았고, 내적 동기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일자리는 없어졌지만, 그 빈자리는 내가 원하는 일로 채워졌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구절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퇴사 전에는 일을 그만두고 잘 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잘 살고 있다. 이때 깨달은 감정은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꾸준히 하면서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불확실함을 견디는 능력이 생겼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너무 목매이지 말아야겠다,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 정신없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