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없는 사람이 쓴 커리어가 되는 글

Day.17

by Lana H

브런치북을 쓸 생각은 없었다. 더운 여름날 한달브런치X원티드를 참여했다. 당시 프로그램이 추구했던 방향은 커리어가 되는 글쓰기였다. 함께 참여했던 분들의 이력이 화려했다. 원티드라는 플랫폼 특성답게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았다. 지방 구석에 사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신기한 일을 하고 계셨다. 자기소개할 때 하는 일을 설명하는데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럴수록 내가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인지 의심이 생겼다. 하지만 어디든 징그럽게 살아남는 나 아니겠냐. 사회생활이라곤 영어강사가 전부여도 거기서 뭔가 끌어낼 게 있겠지 생각했다.


글로 담아낼 나의 커리어는 무엇일까. 가뜩이나 영어학원도 그만둔 상태인데 커리어 관련 쓸만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문득 퇴사와 자기 계발이라는 두 키워드가 떠올랐다. 퇴사 이후 진짜배기 자기 계발을 시작했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 경험을 글로 풀어낸다면 나처럼 퇴사하고 방황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처음 2주간은 신나게 썼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상쾌한 마음으로 업로드했다. 그것도 잠시, 3주 차가 되면서 점점 글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라도 자료를 끌어와야만 했다. 그동안 꾸준히 했던 독서에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전 간단한 글감을 찾고, 근거가 될 만한 자기 계발 서적을 뒤져보고, 그래도 쓸 게 없으면 자기 계발 관련 영상을 검색했다.


여차저차 누더기 글이 탄생했고, 3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퇴사자를 위한 자기 계발'시리즈를 완성했다. 이때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공부를 참 많이 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힐링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구독자도 많이 증가했다. 처음에는 30명이었는 제100명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브런치 북 공모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재빨리 나름대로 목차를 짜서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비록 지금은 독후 기록 위주로 글을 쓰느라 구독자 수 증가율이 제자리지만 ㅜ.ㅜ 한 번 기간을 잡고 독자가 읽을 만한 글을 다시 쓸 것이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2020년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었다. 올해 2021년에는 어떤 주제로 브런치북을 만들어볼까? 벌써부터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ana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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