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추석기간에 본가로 들어왔다.
본가로 들어간 계기는 단순했다. 도저히 혼자 살 자신이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한정된 돈으로 생활해야 했는데, 돈이 나가는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기본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삿짐을 정리하기 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느라 짐이 간소화된 상태였다. 시간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내가 혼자 살던 집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볼거리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서울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즐거움은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댁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 외곽에 위치해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대형마트도 없었다. 감사하게도 쿠팡 로켓 배송은 가능한 지역이라 그나마 위안 삼았다.
본가 구석자리에 위치한 빈 방에 짐을 내려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같은 도시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적막함에 조금 당황했지만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지리에 적응하려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고 주변에 갈 만한 장소가 있는지 찾아봤다. 쭉 둘러보니 여기도 나름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는 걸 느꼈다. 문화생활은 거의 없지만 기본적으로 누릴 만한 것들은 다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자연이었다. 조금만 멀리 걸어가면 온갖 천연기념물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자연다큐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계속 도심지역에 살았더라면 지금 상황을 헤쳐나갈 힘을 얻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공백기가 생긴 지금 이 순간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남들이 이룬 단편적인 성과에 비교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더불어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을 것이다.
자연 덕분에 내 몸에게 온전한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많은 생각 때문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으면 운동화를 신고 자연 속을 거닐기만 하면 되었다. 자연의 경이를 관찰하다 보면 저절로 복잡했던 생각이 잠잠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를 다루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만약 부모님 댁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를 재충전하는 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