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슬레이터 <블루 드림스>
비참한 절망, 어지러운 불안, 변덕스러운 희열이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밤을 새워서 두툼한 책을 완성하다가도 다음날 낮이 되면 글을 쓸 때 느꼈던 순수한 시의 본질이 사라졌다. (...) 열세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 다섯 번이나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인생에 희망이 별로 없었다. 강박적으로 팔에 자해를 했고 침대까지 가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 세상은 극복할 수 없는 산이었다. (...) 일을 시작할 힘이 없었다. 발을 바닥에 내려놓는 노력조차도 복잡한 차원의 문제처럼 불가능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뒷골목에서 살 수 있는 약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지 않다. 헤로인 중독자가 헤로인으로 해독을 해야 하듯 자이프렉사 사용자는 자이프렉사로 해독을 해야 한다. 해독은 보통 일이 아니어서 몸에 무리를 준다. 하지만 이걸 견뎌내면 다른 약, 지금보다 더 뛰어날 가능성이 있는 약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p.134
(...) 정신의학계는 아직 몸이 희생되지 않는 약을 찾지 못했다. 이 세상 모든 정신과 약은 '기브 앤드 테이크'다. 무엇이 희생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약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 뇌가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p.207
수십 년간 진정한 의미의 신약은 소수에 불과했다. 말로는 신약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업계에서 말하는 미투 약이다. 이미 출시돼 성공을 거둔 약을 살짝 변형한 약 말이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약을 새롭게 수정해 수익성 높은 상품으로 만들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 이제 우리는 제약회사가 유리한 결과가 나온 연구만을 선별해 발표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p.424
언젠가는 후손들이 우리 시대의 치료법을 보며 다 망상이고 옛날 사람들이 미개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그때까지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캡슐을 두고 선택해야 한다. 선택지는 약만큼이나 한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