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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Apr 20. 2021

미안하지만, 그 남자는 당신에게 관심 없다

칼 벅스트롬, 제빈 웨스트 <똑똑하게 생존하기>

부끄럽지만, 흑역사를 하나 풀어보겠다. 때는 20대 초반 대학생, 당시 알고 지내던 오빠가 있었다. 원래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수많은 인간관계 중 하나였다. 그러네 어느 날, 오빠가 하는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게 짓궂은 장난치며 다가오는 거였다. 지나가면 아는 체하며 인사하고, 기분 나쁘지 않은 농담도 날리고, 먼저 안부를 묻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얘가 왜 이래?' 생각이 들었지만, 자꾸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얘 나 좋아하나?' 지경에 이르렀다. 점점 오빠가 날 좋아하는구나! 확신은 굳어졌고, 매일 밤 네*버 연애 블로그를 보며 오빠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잠자는 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딴 여자랑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아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나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가 문제였을까 고민하다, 오빠가 왜 내게 친한 척하며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유는 바로, 내가 그 여자애와 친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여자 친구 만들 발판으로 삼았고, 여자애와 친해지기 위해 나를 이용한 거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수치심과 분노를 금치 못했고,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을 불러 하루 종일 카페에서 오빠 뒷담화를 오지게(?) 했다. 얼음을 잘근잘근 씹으며....ㄷㄷ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이런 웃픈 일을 한 번쯤 겪는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소재는 연애 고민 사이트에 단골로 등장한다. '호감남과 5번 눈 마주쳤어요!' '호감남이 손 크기 재보자고 말해요! 저 좋아하는 거 맞죠?' 같은 추측성 글이 가득하다. 솔직히 상대방이 날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면 대놓고 '너 나 좋아하냐?' 물어보면 된다. 용기만 있다면...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생각보다 사람은 오류 투성이에다가 자기 입맛대로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번 글은 책 내용 중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여기지 말라'는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여기지 말라' 다음과 같은 예시에 적용된다. '운동은 암을 예방한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까놓고 보면 운동만 한다고 암을 다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암을 예방하려면, 운동, 식이요법, 명상, 정서적 안정, 약물치료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무조건 A를 해야 B를 할 수 있다는 건 없다. 100% 맞는 방법 또한 없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책 내용을 살펴보자.


어떤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내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 경솔하게 도약해서는 안 된다. p.104


관심 가는 이성이 있다 치자. 이 사람이 나에게 잘 웃어주고, 인사 잘해주고, 기분 좋은 농담을 한다고 치자. 과연 이 사람도 내게 관심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호감 있어서 이런 행동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매너가 좋은 사람이라서 설레는 행동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가 대중지에서 읽는 관행적 충고 대부분이 근본적으로 인과관계 증거가 없는 연관성에 기초하고 있다. (...) 상관관계의 증거가 인과관계의 증거로 잘못 제시돼 있다. p.112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절로 연애 사이트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자료는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이런 글 제작하는 사람은 '독자가 알콩달콩 연애했으면 좋겠다는 선한 의도'보다는, 클릭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쓴다. 이게 돈이 되기 때분이다. 그러니, 인터넷에 퍼진 연애 칼럼은 걸러서 봐야 한다.


우리는 패턴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고, 이 능력은 하나의 경험을 바탕 삼아 다른 경험을 일반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그러나 이런 패턴 추구 능력도 우리를 호도할 수 있다. p.122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호감남이 인사한 횟수, 웃어줬던 시간, 평소에 쓰는 단어 분석하지 말자. 비슷한 수준 친구를 불러 남자 심리에 관한 소모적인 토론을 벌이지 말자. 책에 나온 리마커블한 한 문장이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명확한 근거 없이 어설픈 뇌피셜로 행동 패턴을 추측하지 말자. 차라리 그냥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서 말을 먼저 걸어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질까?


3가지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겠다.


1. 받은 만큼만 돌려주자


상대방이 하는 행동만큼 나도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 그쪽에서 웃어주면 나도 웃어주고, 인사해주면 나도 쿨하게 인사해주면 된다. 가벼운 장난 치면 나도 가볍게 장난치면 된다. 상대방 반응 좋다고 호들갑은 떨지 말자. 그냥 그 순간을 즐겨라.


2. 어설픈 연애 조언 찾지 말고, 책 읽자


연애 조언은 인과관계 오류 범벅이다. 자기 경험을 함부로 단정 짓는다. 나름 연애고수라 불리는 크리에이터를 보면 말만 청산 유수지, 딱히 건질 건 없다. 차라리 전문가가 쓴 심리, 인간관계 책을 찾아 읽자. 이렇게 하면 상대방과 잘 안돼도 연애와 인간관계 내공은 남게 된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고 말이다. ^^


3. 자기 할 일부터 똑바로 하자


비하 발언은 아니지만, 그깟 상대방 행동 패턴 관찰하느라 소중한 시간 낭비하지 말자. 내 할 일 똑바로 하고 자기 관리 잘하고 있으면 저절로 좋은 사람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도 생겨 호감 가는 이성 생겨도 편하고 솔직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모두가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매력 있다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관심 갖는다.




결론을 짓겠다. 사실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정보 홍수 속 가짜 정보에 속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데이더, 현란한 그래프, 숫자가 일반인을 어떻게 속여내는지, 그리고 이런 속임수에 대처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재밌고 친절하게(너무 친절해서 탈이지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인과관계, 상관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연애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혹시 SNS 주작질에 신물 나는 분이 있다면, <똑똑하게 생존하기>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참고도서>


http://m.yes24.com/Goods/Detail/98981214


<이미지> 하이틴에이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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