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na H Aug 28. 2021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때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인드셋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스콧 세이건-


'에이 설마~'


나는 그런 일 안 겪을 줄 안다. 전쟁, 테러, 지진, 쓰나미, 전염병 등은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일면식 조차 없는 사람들이나 겪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예상치 못한 시기에 생각지 못한 사건이 터진다. 아무 대비를 하지 못한 사람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제야 '왜 신은 나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셨는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을 겪는지' 원망하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할 것을 강조한다. <일취월장> 은 "우리를 둘러싼 경제, 경영, 정치, 사회, 자연환경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불확실성의 지배하에 있다""블랙스완은 '확신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상도 할 수 없는'이라는 말들이 자주 등장할 때 발생한다" 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식인들이 주의를 줘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러나 최악의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현실이지만 우리는 부분적으로나마 최악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피엔스의 멸망>은 전 인류적 관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요목조목 정리해 설명한다. 책 속에 등장한 멸망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자연적 위험 - 소행성과 행성, 슈퍼 화산 폭발, 항성 폭발, 기타 자연의 위협
인공적 위험 - 핵무기, 기후변화, 환경파괴
미래의 위험 - 전염병, 비정렬 인공지능(인간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디스토피아 시나리오 (독재자가 온 세상을 다스림), 기타 위험


<사피엔스의 멸망>은 현생 인류를 '청소년'과 같다는 표현을 한다.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미숙하고 충동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가 직면한 위험 중 많은 수는 실제로 과학과 기술에서 비롯되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힘이 강력해지는 동안 지혜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해서다. 기술이 우리 손에 쥐여준 세상을 바꾸는 힘은 우리가 이제껏 요청받은 적 없는 수준의 배려와 통찰력을 요구한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기술의 과용이 아닌 지혜의 부족이다. 지금보다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잘못 사용한다면 스스로가 만든 덫에 빠지는 꼴이 된다. 책은 "인류가 살 삶의 길이와 질은 우리의 결정을 따르며 이 사실에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불편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이 자리에 왔다. 땅을 파고, 산을 깎고, 혼합물을 제조하고, 연료를 발견하는 등을 거쳐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다. 감히 동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운명을 받아들이기보다 개선하며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인간 본성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부의 불평등, 환경오염, 바쁜 삶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 등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


 <사피엔스의 멸망>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인류는 자신의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철저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종이라는 지위와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는 종이라는 지위 역시 잃을 것이다. p.190

안타깝게도 (...) 존재 위험 대부분은 마땅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모든 위험을 해결하는 데 충분한 자원이 동원되기까지는 몇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 미래 보조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순위'를 정하여 유한한 에너지와 자원을 어디에 쏟아부어야 할지 정해야 한다. p.241 


그럼에도 <사피엔스의 멸망>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인류는 멸망하기까지 시간이 있다고,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다. 효율적으로 선행을 바꿀 일부 혁신가들이 지금 골머리를 앓는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말이다.


우리 조상 중 가장 지혜로웠던 사람들은 박해와 불확실성 앞에서도 더 살기 좋고 경이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우리가 그 뒤를 따르고 후손들에게도 우리 뒤를 따를 기회를 줘 우리의 지식, 발명, 협동, 부가 더욱 누적된다면, 인류의 여러 원대한 프로젝트 사이로 흐르는 우리의 맹렬한 희망, 다시 말해 악을 물리치고 진정으로 정의롭고 인도적인 사회를 건설자는 희망을 달성할 수 있다. p.318



내공이 부족해 적절한 통찰을 끌지 못했다. 아직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만큼 그릇을 넓히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세계를 포용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정도의 '짬'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여유가 없다. 내 몸뚱이 하나 먹여 살리기도 벅찬데 무슨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까. 그렇지만 <사피엔스의 멸망>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다음과 같다.


"내가 사는 현실은 불확실성이 강한 곳이다"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최악의 시나리오 부터 생각하자"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말고 항상 감사하며 살자"


역사 덕후라면, 남들보다 내가 좀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지구 멸망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사피엔스의 멸망>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도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816226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가 내 마음같지 않을 때 점검해봐야 할 5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