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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Sep 12. 2021

당신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태도 'ㅎㅍ'

그렉 그랜딘 <신화의 종말>

낯선 주제로 글을 쓰는 건 고된 일이다. 책 주제가 '미국의 신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지 막막했다.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여행' 빼곤 전혀 관심 없었고, 관심을 가질 이유도 딱히 없었다. 이렇게 미국에 문외한인 내가, 미국의 가치관을 다룬 책을 읽다니... 독서모임 아니었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은 '자유' '다양성' '평등' '기독교' '미친 의료비' '비만' '엄청 달고 짠 음식'이 전부다. 운이 좋게도(?) 주변에 미국 사시는 분이 꽤 있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민자의 나라답게 미국은 개척정신, 도전정신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긴다. 간섭받지 않고 주도적으로 삶을 추진하는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과 반대되는 가치관이다. 유교정신이 투철한 K민족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것처럼, 개인이 튀면 공동체에 해가 되는 존재로 여긴다. 도전보다는 안정과 조화, 나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태도를 선호한다. 한때 이런 문화에 신물이 난 젊은 세대들은 '탈조선'을 외치며 너도나도 이민을 부르짖었지만 그것도 잠시, 코로나 이후 미국과 기타 선진국의 비효율적인 대응을 보며 탈조선 열풍은 사그라들었다.

 



<신화의 종말>은 '미국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역사를 배경으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이 수호하는 '자유'는 모두를 위한 자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유렵에서 '신성한 목적'를 갖고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했던 '백인'을 자유민으로 대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멕시코인, 아메리카 원주민은 자유민이 교화시켜야 할 '야만인'이었다.


"자유인으로 태어났다"라는 말이 백인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며 '자유'는 원하는 행동을 전부 할 수 있는 저격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자유에는 인간을 사고팔 자유, 내부 변경의 제약을 벗어날 자유, 원주민 소유로 규정된 도로에서 물건을 수송할 자유도 포함되었다. p.81


초기 이민자들이 정의한 '자유'는 황무지를 개척할 자유, 나라의 국경을 변경할 자유, 세력을 넓힐 자유였다. '새 하늘과 새 땅을 '너희'에게 주노니' 요한계시록 구절을 이민자의 기호에 맞게 해석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정당성을 부여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탄의 자손'이기 때문이었다. 땅을 개척하지 않고 '야만적으로' 수렵, 채집을 하는 건 '청교도적' 관념과 맞지 않았다. 청교도는 노동을 신성시했고, 창조주가 마련한 세상을 활용해 부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행동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무모한 자유' - 땅을 일구지 않고 방랑, 사냥, 수집을 하려는 욕구 - 로 자연과 어린아이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자기 힘으로 경작하고 소유하며 정치적 자치가 가능한 백인과 정반대였다. "인디언은 어린아이다" p.98

초기 미국은 '변경''팽창'을 외치며 서부 지역으로 영토를 넓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노예 문제, 원주만과의 갈등, 기타 사회/경제적 문제는 땅을 넓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목사, 정치인, 개혁가, 노예 폐지론자, 노예제 옹호론자, 주권론자, 자유 토지 운동가 같은 지식인들은 '안전밸브' 이론을 내세우며 갈등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 그리고선, 계속 서쪽 - 서쪽으로 나아갔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안전밸브를 소원하며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답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 기존의 사회적 관계와 정치권력 안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p.123


서부의 버려진 황무지는 미국이 '불필요한 것들'을 '배출' 하게 도왔다. 즉, 사회 문제를 예방했다. 하지만 서부도 금방 사람들로 가득 찰 터였다. "그때가 되면 반동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p.135


미국은 내부적 갈등이 생길 때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저곳만 정복하면' '전쟁으로 이긴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회피했다. 잦은 전쟁, 식민지 정복 활동으로 인해 많은 '백인'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순수한 혐오'가 생겼다. 그들을 없애야 하고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없게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진정한 화해, 진정한 초월은 없었다. 적어도 미국이라는 국가의 바탕에 있는 역설은 그대로였다. 미국은 정치적 자유를 약속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종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전쟁의 연금술은 찌꺼기만 남은 기사도를 보편적인 인본주의로 바꿔 주지 못했다. p.210


변경 신화는 군국주의, 남성의 폭력성, 경제 불평등을 정당화했다. (...) 미국은 자신의 신화에 갇히고 말았다. (...) 무한의 신화는 미국만의 딜레마를 만들어 냈다. (...) 무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고 미국을 경계 밖으로 밀어냈다. p.316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등 군사개입에서 실패했다. 이 모든 전쟁은 인종 혐오를 갖고 있던 미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워주었다. 전쟁 포로를 고문하며 남에게 고통을 주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에서 패배했고, 퇴역군인들은 본토로 돌아와 국경 경비대를 맡으며 불법 이민자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등의 범죄를 일으켰다. 변경과 팽창이 사라진 미국 사회는 이념 갈등으로 휩싸였고,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는 현실만 남았다.

팽창으로 문제가 생겼어도 다른 팽창이면 다 해결된다. 전쟁이 낳은 트라우마는 다음 전쟁으로 넘길 수 있다. 빈곤은 더욱 성장하며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변경은 닫혔고 안전밸브는 잠겼다. (...) 팽창이 보호한다고 했던 모든 것은 파괴되었고, 팽창이 파괴한다고 했던 모든 것은 보존되었다. 평화 대신 끝없는 전쟁이 이어졌다. p.400





<신화의 종말>을 읽고,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자신 안에 있는 먹구름을 모른 척한다면 먹구름은 나를 집어삼킬 것이다.

문제를 회피하면 안 된다. 직면하고 해결할 방법을 직접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다른 문제로 눈을 돌리는 것은 매우 미성숙한 방법이다. 참 자유를 얻고자 한다면 고질적인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글을 마무리 짓기 전,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이 변방으로 몰아낸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여태껏 만든 안전밸브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의 만성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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