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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n 05. 2020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편향.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

요즘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있다. 책을 읽다 편향에 관한 내용을 보고, 글감이 떠올라 여기에 몇 자 적어본다.


신박사님 페이스북 구독을 한 지 약 5년이 되었다. 2015년부터 박사님께서 쓴 명글을 보고 감탄하며 좋아요만 수줍게 눌렀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 독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 퇴근 후 대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 돌아와 자기 전까지 유튜브만 들여다봤다. 당시 나는 성공하고 싶지만 편향에 사로잡혀 힘든 노력을 하기 싫었다. 동기부여 영상을 많이 보면 좋아지겠지, 라며 스스로를 편향의 함정에 밀어 넣었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었다.


또한 한때  근거 없는 현학적인 자기 계발 서적에 심취했다. 원하는 것을 적으면 이루어진다고, 간절히 믿기만 하고 신께 기도하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이것도 내 편향에서 비롯한 최악의 선택이었다. 실천을 하지 않는데, 백날 적어봤자 팔만 아플 노릇이다. 성공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인 방 청소도 하지 않았다.


작년 데일리 리포트를 들여다보았다. 엉망진창이었다. 동기부여되는 말만 무작정 적고, 가장 중요한 시간 체크를 하지 않았다. 퇴근하고 밥 먹고 핸드폰을 하다 잠드는 일상을 반복했다. "아, 자기 전 '완벽한 공부법'영상은 봐야겠지?"라며 또 편향 가득한 태도로 스스로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임계점을 넘는 노력은 하기 싫고, 뭔가는 이루고 싶고' 딱 그런 마음이었다




진짜 제대로 성장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 건 올해 초다. 퇴사 후 넘치는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데일리 리포트에 무엇을 했는지 하나하나 다 적었다. 드디어 내가 삶을 사는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정말 많이 했고, 주말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누워서 잠만 잤다. 인생이 힘든 이유가 있었다. 안 풀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살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2월 말 부터 각 시간별로 상. 중, 하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날 내가 쓴 돈을 적었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자기 전 '하'가 체크된 시간을 다시 봤다. 진실을 마주하기에 머리가 좀 아팠지만, 그제야 진실된 나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편향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요즘은? 꽤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다. 가까운 지인 중 내가 제일 바것 같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 인스타를 보면 다들 풍경 좋은 카페, 맛집탐방, 데이트를 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카톡을 하면 항상 죽는 소리를 한다. 'ㅠㅠ 힝..어떡해..' '아..먹고살기 힘들다' 이 소리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자 만날 생각하지 말고 책상에 앉아서 독서를 하든가, 취업 교육이나 세미나에 가든가, 정 모르겠으면 운동부터 시작하라는데,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같은 패턴의 하소연을 듣고있자니 피곤했다. 각자의 편향에 갇혀있는 것 같.

 

'그냥 알아서 하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놔두고 있다. 나중에 진짜 시련이 닥칠 때 스스로 깨지고 고통스러워 그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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