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재미없고 따분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Lana H

소리 내어 있는 낭독, 조용히 읽는 묵독, 빠르게 읽는 속독 등 책을 효율적으로 읽기 위한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책을 읽는다'는 표현은 침묵하며 읽는 묵독에 속한다. 도서관에 가서 고요한 가운데 글자를 눈으로 읽는 게 잘 알려진 독서 방법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내용에 따르면, 과거는 오늘날과 달리 큰 목소리로 소리 내며 읽는 것이 올바른 독서 방법이었다. 당시 쓰인 문자는 띄어쓰기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려면 큰 목소리로 낭독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문자 체계가 발달함에 따라 띄어쓰기, 다양한 수사법이 생겼다. 낭독에서 소리 내어 읽지 않는 묵독으로 독서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서는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인쇄가 발달하지 않아 모든 책을 손으로 적어가며 출판해야 했기에, 한 권의 책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책은 귀한 물건이었고, 종교 말씀을 전하는 수도사들이나 부유한 귀족 계층만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당연히 일반 백성은 평생토록 책을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1445년 무렵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 발명으로 인해 책은 더욱 값싸게 대량 생산되었고, 일정한 돈만 지불하면 신분에 상관없이 서적을 사고 독서라는 고귀한 지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는 일상화되었고 여러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비교하며 토론하는 문화까지 생겼다.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책장에 온갖 책을 채워 넣으며 지적 역량을 기르기 시작했다.

세상 전체가 지식을 지닌 사람, 잘 교육받은 선생님들 그리고 거대한 서재로 채워져 있다. 플라톤 시대에도, 키케로의 시대에도, 파피니아누스의 시대에도 이렇게 공부하기가 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534년 인기작 [가르강튀아] 중에서-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하고, 글을 모르고, 고립되고 호기심 없는 이들은 구텐베르크가 일으킨 인쇄혁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원과 귀족에게 갇혔던 지식은 더욱 보편화되었다. 다양한 독서로 인해 사람들은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책은 변화의 가장 중심에 있었다. 책은 지식과 통찰력을 제공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

스스로를 재배치하는 법을 이미 배운 뇌는 새로운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인다.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촉진된, 점차 더 섬세해지는 지적 능력이 지적 활동의 목록에 추가되었다. p.115


구텐베르크 이후 우리는 다시 새로운 주류를 경험하고 있다. 인터넷의 놀라운 발달과 그에 걸맞게 발전하는 전자기기들이 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책을 통해 지식을 탐색하지 않게 되었다. 책은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재미없고 따분한 취미생활로 전락해버렸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에 자신이 찾고자 하는 내용을 검색하기만 하면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는 거대한 지식의 바다로 우리를 이끌었지만, 그 대가는 좋지 못했다.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로 인해 우리 뇌는 깊은 통찰과 사색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기를 통해 많은 자료를 눈으로 스캔했지만 정작 제대로 기억하는 건 소수의 내용밖에 없게 되었다. 연구 결과 겨우 18% 정도 기억한다고 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아무리 공을 들여 게시물을 만들어도 사용자는 눈으로 쓱 훑고 지나갈 뿐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웹 페이지를 훑어보는 데 시간을 보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사라지듯이, 작은 글자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 때문에 문장과 절을 지어내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사라졌듯이, 링크들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조용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몰아냈듯이 오래된 지적 기능과 활동에 사용되던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했다. 뇌는 사용하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를 더욱 긴급한 다른 업무 수행을 위해 재활용한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시각을 얻지만 오래된 것은 잃어버린다. p.180 "
"독자들은 링크를 평가하고, 클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높은 집중력과 함께 뇌의 역량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 때문에 읽고 있는 문서를 이해하는 데 사용할 인지적 자원이나 집중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p.192"




'독서하기'는 새해 계획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맞춰 개조된 현대인의 뇌는 독서와 맞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나오는 빠르고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뇌가 한번에 '아주 느린' 독서하는 뇌로 바뀌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나오는 대다수의 연구는 '종이문서'로 된 자료를 읽을 때 더 많이 기억하고 습득한다고 한다. 하나의 지식을 얻기 위해 우리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


심지어 저자는 전자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전자책을 읽고 나면 '다 읽었다'는 보람만 느끼지 그 속에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 전자책은 이용한 적이 없어 좋다 나쁘다는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결국 우리의 뇌를 자극시키는 현란한 콘텐츠로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깊이 생각해야 할 고민이 생기면 몇 시간만이라도 디지털 기기와 단절하고 상과 산책 그리고 종이로 된 글을 읽으며 자신과의 만남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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