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도 그들만의 가족을 만들 수 있다

엘리야킴 키슬레브 <혼자 살아도 괜찮아>

by Lana H

2010년대 초반 이런 유행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태솔로' 당시 인기 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 단어를 쓴 이후, 모태솔로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언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줄여서 모쏠이라는 단어를 쓰며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놀릴 때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애를 하지 못하는 자신도 스스로를 모쏠이라 비하하며 자책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분 알면 최소 20대 이상

당시 커뮤니티 사이트의 단골 고민 주제는 '25년 모쏠인데 언제 연애하나요? 우울합니다ㅠㅠ'였고, 연애를 하지 못함은 하나의 결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모태솔로 유행어 이후 연애는 원치 않든 한 번쯤은 경험해야 하는 통과의례로 전락해버렸다. 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 연애하는 게 아닌 '모태솔로 낙인'을 지우기 위한 연애라니...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나 또한 모태솔로였다. 대학 4년간 단 한 번도 연애를 하지 않았다. 학업, 교내 활동, 아르바이트에 치이느라 연애는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주변에서 '대학 때 연애 안 하면 나중에 연애하기 더 힘들다'는 헛소리를 믿고 소개팅에 몇 번 나가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대학 4학년 후반 짧게 연애를 해 봤지만 그것도 별로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소개를 통해 6개월 정도 연애를 해 뵀지만, 그것도 별로였다. 처음에는 데이트하고 주말에 어디 놀러 가는 게 재밌었지만, 갈수록 지치고 귀찮아졌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데이트하고.. 피곤했다. 데이트를 위해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그럴듯한 음식을 먹기 위해 돈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냥 혼자 쉬고 싶어 이 연애도 정리했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읽으며 그동안 힘들었던 연애를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사람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맞추기 위해 나다움을 버리고 연애를 했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모습에 스스로가 갈등을 느끼고 있었던 거였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에서는 독신이 가진 편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기혼자는 성숙하고, 행복하고, 친절하고, 정직하고 다정하다는 이미지로 연상된 반면, 미혼자는 미성숙하고 안정감 없고, 이기적이고, 불행하고, 외롭고, 심지어 못생겼다는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다. p.8
독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그들을 달갑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는 미디어와 인쇄물 덕분에 확대. 재생산된다.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이런 차별과 낙인, 고정관념은 배우자와 사회, 경제, 교육, 법적인 면에서 부정적 의미를 탄생시킨 주범으로 독신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p.119


이 부분을 읽으며 생각보다 독신에 대한 편견이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그러나 개인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에서 독신은 하나의 가족 형태가 되고 있다.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통계청


독신은 그들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독신은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배우자, 직계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필요로 하게 된다. 바로 '공동체'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다행히 기술 발달로 인해 다양한 모임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독신끼리 서로 돕는 형태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추세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독신들은 이런 방법(소셜 네트워크, 정보교환, 취미 활동 공유 등)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교제 범위를 넓히며 실질적, 정서적 도움을 찾는다. p.159
온라인 서비스, 기술, 독신이 주가 되는 미디어의 발달로 독신들에게 도움과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이 더 가속화된다.(중략) 독신들은 언제, 어디서나 더 많은 사람과 신속하게 교류할 수 있다. p.172
독신들을 위한 공동체는 독신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고 독신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시대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공동체 의식에 성인의 주관적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회 집단의 행복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에 반해 공동체의 부재는 외로움, 우울감, 고립감, 소외감 등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 p.244



현재 나는 연애를 하지 않고 있지만 하나도 외롭지 않다. 이미 SNS를 통해 여러 커뮤니티를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멤버들과 만나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고, 서로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연애보다 더 재밌다.


훗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연애 또는 결혼을 하겠지만, 만약에 그런 계기가 없어도 충분히 사람들과 교제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계속 독신으로 살게 되더라도 공동체를 통해 서로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