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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May 14. 2020

나를 즐겁게 하는 것과 불쾌하게 하는 것

자기발견 Day14



나를 즐겁게 하는 것


혼자만의 여행

22살 처음 비행기를 탄 이후 여행에 잠시 빠져 살았었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에 내리는 그 순간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낯선 음식을 먹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구경하는게 즐거웠다. 아직 유럽이나 미국은 가보지 못했다. 누구나 한번쯤 가고싶은 여행지이지만 글쎄, 나는 잘 알려진 곳보다 동남아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가 더 마음이 끌렸다. 가장 즐거웠던 여행은 베트남 달랏 여행이었다. 일단 혼자서 처음 간 여행이라 가이드나 동행자의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던게 좋았다.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구글맵에 식당을 검색해 먹고싶은 음식을 먹고, 낯선 동네 주변을 어슬렁대다 쉬고 싶으면 숙소에 들어와 낮잠을 잤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찍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고, 화장하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게 참 좋았다. 옷은 후줄근한 티셔츠와 펑퍼짐한 바지를 입었고, 가방은 낡은 짐가방을 메고 돌아다녔다. 정말 행복했다. 완벽한 휴가였다.

글을 쓰다 보니 경주여행도 3박4일간 혼자 갔던 기억도 난다. 이때도 학원방학이라 작은 캐리어 하나 끌고 경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 비수기라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펜션을 잡았다. 주인 아저씨가 혼자 여행왔냐며 의아해 하셨지만, 나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인 아저씨가 내가 외로워 보였는지, 경주 유적지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아저씨가 수집한 신라시대 유물도 구경시켜줬다. 사실 너무 친절해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하긴, 젊은 사람이 혼자 다니는게 어른들 눈에는 안쓰러웠나보다. 그래도 또 가고 싶을 정도로 혼자서 진짜 재밌게 지내다 갔다. 주인아저씨가 꼭 숙소 예약사이트에 좋은평 써달라 해서 10점 드렸다


사람없는 카페


운 좋게 조용한 카페를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와 빵 하나를 시키고 조용히 책을 읽거나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잔잔한 음악까지 들리면 환상의 조합이다. 특히 벽을 보는 자리가 아닌 햇빛이 잔잔하게 내리쬐는 창가자리를 선호한다. 혼자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두꺼운 책을 다 읽고난 순간


책을 여러권 읽다보면 나도모르게 도전의식이 생긴다. 700쪽 이상 되는 책에 괜히 눈길이 가게 되고 정신차려보면 그 책은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아무리 책 내용이 좋다고 해도 두꺼운 책을 읽을때는 꼭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빨리 다 읽고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찬찬히 책 내용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다 읽고 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평범하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두꺼운 책은 나이듦에 관하여다. 세상속에서 소외되가는 노년기에 대해 의학적인 관점, 제도적인 관점, 사회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주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되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약속없는 주말


대학생때는 주말에 친구와 만나 하루종일 돌아다니는게 재밌었다. 하지만 요즘은 약속없는 주말이 너무 행복하다. 더군다나 나는 일요일 아침에 교회반주를 하러 가기 때문에 사실상 내 주말은 토요일 딱 하루밖에 없다.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지만 결혼식, 친구약속, 가족행사 등등.. 약속이 생겨버리면 솔직히 마음이 너무 힘들다. 토요일에 늦잠을 자고, 더러워진 집을 청소하고, 마트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고, 맛있는 걸 해먹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 있을까!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들



몸에 딱 달라붙는 옷, 구두


치마, 정장세트, 타이트한 셔츠, 각 잡힌 옷 생각만해도 불쾌하다. 벌써부터 어깨가 뭉치고 몸이 쑤시는 기분이다. 나는 옷을 고를때 무조건 편안한 걸 고른다. 내 옷장을 보면 넉넉한 옷이 많다. 특히 고무줄 바지와 늘어나는 면 재질로 만든 블라우스, 펑퍼짐한 가디건들이 많다. 구두는 높은 굽 있는걸 아주 싫어하고 가끔 행사 있을때나 단화를 신는다.



카더라


어른들이 특히 쓰는 수법이다. 쟤는 얼마를 모았고, 누구랑 결혼했고, 집은 언제 샀고, 여자는 남자는 어쩌고저쩌고.. 왜 그렇게 비교를 하지 못해 안달났는지 모르겠다. 자기 인생 챙기기도 바쁜데 남 쳐다볼 정신은 있는가보다. 어디서 그런 근거없는 카더라만 믿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참..^^ 카더라 하기전에 제발 본인 메타인지부터 올리길..


라떼는 말이야


본인 왕년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 왕년 이야기에 집착한다는 건 현재 본인이 이뤄낸 성과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비참함을 피하기 위해 어린 친구들을 앉혀놓고 듣고 싶지 않은 본인 역사 이야기를 한다. 라떼는 말이야 하루 4시간 자고 일했다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내 의견 하나 희생하고 가정 회사에 복종했다 말이야 라떼는 라떼는.... 그때랑 지금이랑 같습니까? 그러면 본인은 자가용 끌고 다니지 말고 지게 메고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요? 책도 좀 읽고 공부좀 하세요!


시도때도 없이 섭섭하다고 하는 사람


어릴때는 섭섭하다는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달래줘야 하지? 라는 고민을 했다. 지금은 이런 친구는 지친다. 섭섭하다고 말하는 건 분명 본인에게 이런 것을 해 달라 요구하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각자 인생을 살아내기 바쁘고 그런 하찮은 섭섭함 따위를 달래주기 위해 시간을 내고 싶지 않다. 그 시간이면 책 1권을 더 읽거나 운동을 한다. 야..진짜 섭섭하다.. 라고 누군가 이야기 한다면 참..할말이 없다. 자기 자존감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서 알아서 회복하는게 어른 아니겠나. 애초에 인간관계에 많은 기대를 거는게 잘못된거라 생각한다. 받을 생각 하지말고 나의 어떤 장점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 스스로 중심을 잘 잡는게 낫다.



즐거움과 불쾌감 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들




혼자, 스스로, 책, 편안함, 중심


자존감과 연관되는 단어같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 중심을 잘 잡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겨도 반드시 극단적인 외로움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참 연애를 할 때 마음상태를 돌이켜보면, 제정신은 아니었다. 혼자 있기 싫어 연애했고, 그 연애 과정은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마음이 채워진다거나 얻을만 한게 없었다. 주말에 기계처럼 만나 밥먹고 데이트 하고 카페가서 서로 핸드폰만 보고 각자 집에 돌아가고..음.. 최악이었군!

지금은 누군가를 만날 생각도 아직 없고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라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혼자스스로 을 읽으며 지적인 교양을 쌓고,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줄 만한 마음 중심이 잡힌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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