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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라카노 하루끼 Jun 01. 2024

쓰레기차와 똥차

쓰레기차를 피했더니 똥차에 치이다.


회의석상



누군가 다른 이와 말을 하다 

자기 고개를 돌리며 나를 노려 다.


L이었다.


그건 도대체 언제 완료할 거야?


상무님... 어떤 것을 말씀하시???



스티커 라벨말이야


어떤??? 뜬금없이 웬 스티커?? 라며 당황한 가 보였다.


그가 경멸의 눈으로  바라고 있었다.



뭐!!  어.떤.거~~엇?  L말끝이 올라간다.


그가 하는 말이 의아스러웠지만,

아닙니다.... 바로...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색상은 중얼중얼  텍스트는 이런 느낌으로 웅얼웅얼....


어떤 문구인지  명확하지 않게  웅얼거리며 말을 흐리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두리뭉실하고 추상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여 업무 지시를 한다. 


L의 전형적인 업무지시 스타일. 쾌할 때도 있지만 어려운 일을 시킬 때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추상적 개념만 즐비하고, 무조건 먼저 던진다. 암호같은 지시에 대한 구체화는 당연히 온전하게 아랫사람들만의 몫이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몰려 나와 회의 참석자끼리  L이 도대체 무슨말을 했는지 물어보며 암호해독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의 이런 의사결정도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것이다.


최대한 그의 생각을 알기 위해 나는 다시 물었다.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이 부분은 한번 더 말씀해 주시죠..


경멸의 시선이 다시 날아와 꽂힌다.


 갑자기 이런 생각 었다.


어디에 가서 이걸 물어보지?


스티커라...

라벨이라...

아.. 그래.


지금 당장 을지로로 달려가자.

거기 인쇄 골목을 뒤져보면 뭔가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건 우리 회사의 업무분야가 아니다.

라벨과 스티커는 거리가 아주 먼...


뒤척였다.


그런데 왜 이런 황당한 상황의 꿈을 꾸고있지?


이런 또렸한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30분.


어제는 K와 일합을 했는데 

왜?  L이 꿈에 나타? 




전 날 업무시간.


부장님. 리스크를  안고 새롭고 혁신적인 일을 시도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똑같은 일만야하잖아요.


상무님. 리스크가 있는 수준이 아니라 리스크가 매우 높습니다. 이 변경으로 두고두고 문제를 겪을 겁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법규적인 문제 발생할 수 있습니다.


K는 새끼 코끼리 두 마리가 겨우 들어가는 냉장고에 어른 코끼리 두 마리를 넣으라는 지시를 고 있었다.


C팀이  새끼 코끼리 두 마리가 필요하다는 기존 논리에서, 일주일 전 즈음 본인들의 입장을 갑자기 바꿔 성체코끼리 2 마리를 냉장고에 꼭 집어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왔다.


몇 달간 아무 말 없다가 마무리 2주를 앞두고 갑자스럽게  저런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에게 민폐였다. 몇 달 전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한 솔루션을  이번 프로젝트에 적용했지만 실은  것이다.


C 때보다 1.5배 더 큰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나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문제는 상관없이 지들만 살자고 가장 큰 오물을 C팀이 나에게 투척한 것이다. 


그 요구로 나는 기존의 방향을 다 뒤집어엎어야 한다. 3개월의 시간이 날아가는 것도 짜증이 났지만,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 변경한 나의 아이템은  두고두고  품질 문제를 겪어야 하는 상황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C팀은 지난 겨울 고생했던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회사에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부분적 해결 상태였 것이다.


이런 불안감에 뒤 늦게  C팀 리더들은 코끼리 성체론을 들고나와  새끼 코끼리에 맞는 냉장고를 부수고, 어른 코끼리 2마리가 들어가도록 나의 아이템을 부수고 거의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 하고 있었다. 코끼리를 수용할 물리적 공간은 더 이상 커질 수 없는데 자신들의 집채만한 코끼리 두 마리를 온전한 상태로 널직한 공간에 넣어달란다.


 하지만 상무 입장에서 거절할 사안은 아니다. 무리가 분명 있지만 이 난제가 해결된다면 본인의 성과과 되니 누가 곤란하게 되던 상관없다. 성체 코끼리 두 마리를 제한된 물리적 공간에 넣으라는 지시. 어려울 것 같지만 들어가면 땡큐라는 생각이다. 


니들이 피 터지게 싸워서 들어가게만 한다면 좋다는 생각만 앞선 임원. 상품성과 법규적으로 너무 큰 리스크라 이야기하는 나는 졸지에 혁신을 거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싸는 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도 그 솔루션의 필요성도 애매하고 무리한 요구라 의견을 했지만 K상무는 묵살했다.


앞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다.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의사결정의 수가 늘어날수록 상충되는 의사결정 횟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었다.


본인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도 본인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 열심히 듣는 것 같지만, 결국 전문가 의견은 묵살되고 본인의 처음 시대로 밀어인다. 상무의 말 값이고 상무의 자존심인가? 좋게 표현하면 실적에 대한 압박인가.


무리한 요구와 무리한 일정에 따른 어려움은 실무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본인은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타깃을 만족하면 된다. 동료였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든 말든 본인은 상무가 되었으니 그건 고려의 대상 중 가장 끝에 있는 항목일 뿐이다. 


상무가 된 뒤, 타깃을 던저두고 요구하면 끝인 사람이 되었다. 총을 쥔 사냥꾼은 말라비틀어져 딱딱한  고기 덩이 하나를 개들에게 던져주고 사라진다. 개들은 먹고살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군

일찍 퇴근하는 후배사원을 로비에서 마주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회사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줄어들었는데 실무자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와 일정을 강요하고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의사결정을 집어던지고 있어요라는 불만.


무리한 일을 주문하고 그것을 이루어 내는 것이 임의 역할이다. 그것이 능력이다.


팀장일 때는 이런 대안이 없는 리스크는 피해 가려 노력했던 사람이고, 나름 합리적인 선에게 의사결정을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되고 그런 리스크랑곳하지 않고 요구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리한 타깃을 던져주고 실무자들끼리 피 터지게 싸워서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사람이 임원이고 그런 성향의 사람이 리더가 되는 회사.  회사가 원래 그런 곳이다. 거기에 충실한 K가 되었다. 회사로서는 인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K와 L, 누가 더 위험할까

그런 K 팀장이 합리성을 빙자한 독재자 K 상무로 진화했다. 

웃으며 파란색 불을 켜고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K.


전임자  L 상무는 자타공인 폭언을 일삼고 주변을 휘저으며 달리는 폭군이지미였다. 늘 소리치며 빨간불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던 앵그리버드 폭군 L.


K는 L을 정말 경멸했다. L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정도로...


K는 합리적인 본인이  그런 L과 다름없다는, 직원들의 평가를 너무 싫어했다. L과 비교당하는 자신의 소문을 듣고 엄청 불쾌해하고 속상하고 억울해 잠을 못잤다던  K.


그런데 파란 신호등에서 사이렌도 없이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조용한 똥차  합리적 K가 나타났다. 파란 신호등에서 사이렌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똥차가 더 위험한 법. 쓰레기차를 피했더 똥차에 치였다는 우스개 소는 진실이었다.


쓰레기차가 질주하면 우리는 적재함에 실린 쓰레기가 되었고, 똥차가 질주하면 우리는 탱크로리에 가득 찬 똥이 된 기분이었다.


K나 L이나 우리 모두 쓰레기나 똥은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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