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lerne Deutsch.
독일에 왔으니 독일어를 해야 일상이 편안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6월부터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장볼 때 뭐가 뭔지 읽지 못하고, 모든게 아날로그처럼 편지로 진행되는 이곳에서 읽지를 못하니 매일 답답으로 홧병 걸릴것 같아 빠르게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바로 언어 학습을 시작했다.
내가 등록한 건 A1 과정으로 1달동안 진행된다. B1까지는 5개월, C1 까지는 10개월이 걸린다. (우리학원 기준)
한국에서 김범식 어학원 다니며 기초문법 떼고 온게 도움이 많이 된다. 독일어 회화는 한국에서 해도 소용없다고들 하던데 난 문법 기본은 훑고 오는게 좋을 것 같다. 일단 반 친구들 중 독일어가 아예 처음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곳에 좀 살아서 말은 하는데 문법이 엉망이거나, 자기 나라에서 A1 한번 떼고 온 사람들 뿐이다. 그렇다보니 독일어를 1도 모르고 오면 좀 소외감을 느끼거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수업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모든 영역이 골고루 진행되고 학원이름인 Sprechen 답게 말을 많이 시켜서 수업 3일째인 오늘, 까페에서 처음 독일어로 주문에 성공했다. 이건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문장을 통째로 말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수업끝나고 버스 타거나 길을 걸을 때, 내가 연습한 문장만 귀신같이 귀에 쏙 박히는 경험을 매일단위로 하게된다. 학원에서 오늘 배운 단어를 마트에서 보면 아, 이게 이거였구나~ 하고 안보이던게 보인다. 어느새 언어를 문법으로 안하고 그냥 말과 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게 바로 현지에서 배우는 것과 한국에서 배울때의 차이인 것 같다. 다 떠나서 일단 생존을 위해 단어를 외우게 되니 수업끝나면 단 한자도 독일어에 노출될 일이 없는 환경에서보다 언어가 빨리 학습되는 건 당연한 일인것 같다.
한국에서 회화수업을 한번 듣고 수강 취소한 적이 있는데, 1시간 내내 Wo wohnen Sie? Ich komme aus Korea 만 했기 때문이다. 아니...내가 한문장 배우려고 한시간를 투자할 순 없잖아...하고 바로 수강취소.
이 곳은 진도는 빠르다는 느낌이고, 그런데도 진도빼는데 급급한게 아니라 정말 재밌게 진행되고 다양한 연습문제를 통해 익숙해지게 만든다. 처음에 시간표현 배울때는 Es ist Viertel nach Drei. 같은 비공식 표현들이 어려워 더듬더듬했는데, 반복하니 확실히 편해지더라. 영어 할 때는 항상 머리로 문장을 만들고 그 다음에 말하곤 했는데, 여기선 그냥 툭툭 문장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조금씩 하는 중이다. 아직 3일 배워놓고 말하기는 좀 유난스럽지만 내 언어학습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쓰게될 것 같다. 그만큼 현지 효과가 크다고 느꼈다.
한 두개씩이라도 배우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통하고 재밌고...요즘은 이렇게 쭉쭉 가면 언어도 하고 생활도 편해지고, 또다른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 마음이 좋다.
언어는 그 나라를 이해하는 첫 걸음인 만큼, 진지하되 즐기며, 사랑하며 나아가보련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씨가 말했었지.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내 독일어가 어느 수준에 올랐을 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오늘도 오후수업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