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이사 막바지&독일 일상(식생활,장보기)

by 봄봄

이사시작 2주째. 아직도 곳곳에 설치와 조립이 진행되고 있다... 화장실 거울 하나를 달아도 뒤에 물있나 전기있나 체크하고 벽뚫어야 한다. 내 생전 수평맞추는 기구, 벽 뒤에 물있나 전기있나 체크하는 기구, 전기톱 등등 요런 '남자들의 세계'라고 생각한 물건들에 둘러싸여본 적이 없다.이런건 항상 아빠나 전문가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아왔단 말이다...ㅠ 그런데 아랫집 독일인 친구는 여자인데도 올라와서 전기내리고 전등도 달아주고, 같이 부엌 조리대 길이도 재주고 그 '남자들의 일'을 척척 해낸다. 난 민망해진다.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이 나라는 반강제적으로 전국민이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게 하려는 건가...돈주고 사람쓰고싶다'란 생각만 계속 든다.

근데 인건비가 어마어마해서 그것도 나중에 돈 좀 벌고 생각해봐야하고 일단은 내 몸으로 때우는 중이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이사 및 집 세간 설치에 돈이 꽤 많이 깨진다.

오늘은 아랫집도 부엌을 고친다는데 찬장을 2개 단다고...그런데 하루종일 남자 둘 여자하나가 부엌에 매달린다. 아랫집 독일친구는 이 부엌 찬장때문에 며칠을 남자친구와 의논하더라.

이 나라에서 집을 만들고, 고치고 하는 건 그냥 일상인거 같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집볼때는 전기 잘들어오나, 물 잘 나오나, 보일러 잘되나 관리비 얼마나 나오나 요런거만 체크하고 하루만에 이사하고 살면되었는데, 여기선 집을 지어올리고 있으니... 다음 이사는 반드시 업체를 쓰고싶다.


그래도 힘들때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 이쁜 전경을 보며 조금씩 힘을 내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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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싱크대가 없는 와중에도 음식은 먹어야하기에 오늘도 부엌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독일인들의 주식은 아시다시피 빵이어서 아침이면 브레첸이라는 아침식사용 빵을 먹는다. 근처의 öbel 이나 moss에 가서 빵을 사와 아침으로 먹다가, 요즘은 장 봐와서 토스트에 살라미, 치즈 끼워 우유한잔으로 아침을 먹는다.

독일은 외식비가 비싸고 레스토랑 가면 팁은 보통 5~10%정도 주기때문에 해먹는 편이 정말 5배는 싼것같다. 마트에서 장봤을때 체감 물가는 굉장히 싼 편이고, 이마트 장볼때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동일한 장을 봤을때 10만원 가뿐히 넘을 것 같은 양을 사도 4만원도 안나온다. (요건 어디까지나 내 체감.) 그래서 장을 봐서 음식을 해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외국이니 음식, 특히 한식 잘하는게 여기서는 돈버는 능력이다. 음식솜씨가 시원찮으면 나가먹게될 일이 많아지니까.


이곳의 또다른 특징은 맥주가 물보다 저렴하고 맛난 관계로 사람들이 늘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는 것. 처음엔 '웬 낮술...'하며 기피했으나 한국에서 한달에 한번도 술을 마시지 않던 내가 여기선 점심 스시먹으며 맥주 한잔, 집에서 저녁으로 스튜 만들어먹으며 맥주 한잔이다.

그만큼 여기 맥주가 맛.있.다.

원래 소주가 낫지 맥주는 배만 부르다던 내가, 맥주는 치킨 먹는 여름밤에나 들어가던 내가, 이제는 슈퍼가면 종류별로 맥주 하나씩 먹어보는게 즐거움이 되었다. 맥주값이 보통 한병에 1유로 정도로 굉장히 싸고 지역별로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기 때문에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장을 볼 때는 주로 가까운 Netto, Aldi 에서 보는데 Netto는 물건을 싸게 팔아그런지 어느 네토를 가도 항상 주변에 거지가 있고 직원들도 불친절하다. 얼마전 장보러가서 영어로 한마디 물었다가 완전 무시당하는 경험을 해서 독일인 친구에게 말하니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low class 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영어를 못해서, 혹은 안해서가 아니라 이런 슈퍼마켓에서는 '친절'을 기대하기 힘든데 그날 직원의 응대태도는 독일에서의 수많은 고객으로서의 경험과 비교해도 최악이었다. 이곳에서 한국과 같은 서비스는 절대 기대해서는 안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포스팅하겠다.


장을 보고, 살림살고, 아헨시내도 몇번 왔다갔다해보니 슬슬 이곳도 사람사는 곳처럼 느껴진다. 이제 언어를 해야 더욱 많은 정보를 얻고 한국에서처럼 편안한 일상이 가능하겠지.

처음 1~2주는 낭만에 젖기도 했지만 한편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졌었고, 이어지는 이사 스트레스는 그렇게 장기간 지속될지 몰랐기에 또다른 고난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마음을 품고 이곳에 오든 처음에는 다른 환경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싶다. 괜한 자격지심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동네 살다 저동네 살면 뭔가 불편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하물며 독일이라는 낯선 땅이랴.

하지만 이제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 여기서도 인내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편안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다보면 누구나 새로운 옷을 입고도 편안해할 수 있게되니까. 오늘도 그 과정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