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이케아와 함께하는 중노동 이사

by 봄봄

독일 온지 2주만에 이사를 가게되었다. 그동안 임시로 있던 신랑의 플랫을 떠나, 드디어 새로 시작할 우리의 보금자리.

아헨에서 집구하기 어렵다던데, 엘레베이터 없는 4층(한국식 5층) 집이긴 하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의 방 4개짜리 집을 신랑 친구의 도움으로 금방 구해 다행이었다. (독일은 부엌, 거실도 다 방으로 친다. 즉 부엌, 거실,침실,서재 이렇게 방 4개다.)

한국에서의 이사경험을 떠올려, 가구옮겨줄때 "아저씨 여기요 저기요"하고 배치만 마치면 하루만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건 나의 오산이었다.

우선 가구가 완성품은 너무 비싸고, 배송료도 비싸고 설치도 비싸다. 한국의 인건비와 비교가 안되고 무슨 냉장고 하나 배달해주는데 70유로씩 받는 곳이 여기다. 돈 10만원이 돈도 아닌데 정말이지 뜨악했다. 거기에 배송기간도 세월아 내월아. 1달 걸려도 컴플레인 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오래 살 집이 아니기에 이케아 가구를 들이기로 결정, 차로 20분 걸리는 네덜란드 이케아로 향했다. 여긴 국경넘는게 대단한 사건도 안되고 국경지역에서는 이웃나라 말도 다 통한다. 독일어로 물어봐도 직원들이 다 대답한다. 그런 지리적 차이와 이케아의 이쁘고 저렴한 가구를 본 나는 신이 나서 하루종일 이케아 가구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내 머릿속엔 북유럽식 인테리어로 신혼집을 꾸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가득했다.

그러나...

내가 본 건 쇼룸이고, 한층 아래로 내려가 이걸 다 부품별로 카트에 담아 트랜스포터에 싣고 엘레베이터 없는 5층 집까지 일일이 계단 오르며 실어날라야 한다는 건 내계산에 없었던 거지...

정말 10명 가까운 건장한 독일 청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부품과 가구재료 옮기는데 얼마나 오래걸렸을지 생각하기도 싫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말썽이었던 허리가 이사 스트레스와 가구조립으로 인해 도져서 지금도 고생중이다.


이케아 가구를 어찌어찌 집에 가득 쌓아두고 하룻밤이 지났다. 신랑의 올드 플랫에 있던 침대, 책상도 다 다시 분해해서 새집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넉다운. 하루만 고생하면 이쁜 집에서 잘수 있을거란 나의 야무진 꿈은 이렇게 날아가고, 다음 날부터는 조립-조립-조립이다.



여기 보이는 모든 가구들이 전부 조립품이다. 의자도 책장도 식탁도 소파도 등등등 하여간 모든 것이 다 조립이다.

한땀한땀 드라이버로 나사 조이는게 재미도 있지만, 타국온지 얼마 안되서 시차적응 겨우 끝나고 하는 이사치고는 조립할게 너무 많고 힘들었다. 역시나 신랑 친구들 없었다면 지금도 바닥에 박스 펴놓고 허리통증 호소하며 조립하고 있었을지도...


조립이 대략 끝나고는 일상용품 장도 보고, 쓰레기도 내다버리고 조금 나아지는 듯 했으나 이제 제일 난코스가 남았다.


바로 부엌.

그렇다. 독일집엔 부엌이 없다. 그냥 온 집에 벽이랑 바닥만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간혹 전 세입자가 쓰던 부엌을 팔고 가는경우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해당사항 없었고, 집 구할때 봤던 부엌이 있는집은 너무 시끄러운 대학로 한복판의 집이었기에 아웃시켰다.

박스가 쌓여있는 그야말로 벽만 있는 부엌

한국 어느 아파트를 가도 늘 부엌이 있던 나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일... 부엌 길이 다 재서 조리대 크기에 맞게 자르고, 싱크대와 오븐 들어갈 구멍 뚫고,(물론 오븐이 들어갈 아래 수납장도 다 조립이다.) 싱크대 배수관 다 사서 직접 달고 찬장, 수납장도 조립해서 벽뚫고 못질해서 단다.

정말 집 벽만 세우고 내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시지어올리는 느낌이었다.

부엌용 조리대 자르러 바우하우스라는 여기 목공소/가구점에 신랑이 3번은 드나든 것 같다.


그 결과 이사 시작한지 5일째인 금요일 오후,

부엌은 아직 진행중이며 외식과 아래 친구집 부엌을 가끔 빌려 연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2천유로~3천유로 든다는 이사비용에 입이 쩍 벌어졌었지만 이제 왜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된다.


독일이 참 모든게 느리고 다 직접해야되고 하지만, 특히나 이사는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도 학을 뗀다는데 난 지금 고생 제대로 하고 있는것 같다. 이런 일들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되겠지만, 당장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 떡볶이 한접시가 땡기는 저녁이다. (여기선 찾아볼 수 없는...)


이제 부엌이 좀 완성되고 내일 가전제품도 들어오고 하면 사람 살만한 집이 되겠지...

한국보다 삶의 질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이 곳에 왔지만 여기도 좋은 것, 나쁜 것이 동시에 있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느끼는 중이다.


독일에 오실 분들은 집 구할 때 웬만하면 부엌 있는 곳으로 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난 오늘 내일 조금만 더 고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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