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을 마치고..
오늘 회사에서 참 바빴다. 사무실 온도 30도에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힘든데 오늘은 사무실 정리 때문에 나를 짐이 많아서 땀도 많이 났던..
힘들었던 하루.
그래도 집에 와서 샤워하고 하루종일 보고있던 컴퓨터, 핸드폰에서 해방되어 모니터 아닌 책을 마주하니 이런저런 생각도 나고 머리속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그릇을 정리하고, 테라스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책한권을 손에 들었다. 책 내용을 보며 비로소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내가 그동안 아헨에서 뒤셀도르프로 출퇴근하느라 너무많은 시간을 앉아서, 기차에서 힘들어하면서 보내느라 정작 나에게 주어진 업무 외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인데, 다양한 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비참하게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마지막 순간 존엄성을 앗아가버리는 현대의료시스템의 잔인함과 병폐를 고발하는 어느 일본의사의 고백을 기록한 책이다.
보다가 눈물이 나 책장을 덮어야할때도 있었지만,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니 그 마지막 순간 이 땅에서, 병원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렵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
그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내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늘을 불평하며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는 노을로 예쁘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니,
내가 살아서 고통없이 이 예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하더라.
사는게 뭘까, 무엇이 중요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 너무 여유없이 지난 몇달을 달려온 것 같다.
출퇴근을 하고, 업무에 적응하고, 집안일을 하고, 운동을 가고, 더위에 지치고, 캐나다에 다녀오고, 이사할 집 보러다니느라 퇴근 후도 없이 돌아다니고, 우리집 부엌 팔고 뭐하고 이사제반 작업하느라 계속 마음졸이고 어떻게하면 손해 안볼까 머리굴리고...
다 중요한 일이다.
다 중요한 일인데..
그 사이 나는 벌써 나이를 반살은 더 먹었고 만성허리통증은 조금더 심해졌으며 매일 복잡하게 사는 모습이 서울에서의 나를 닮아가고 있는 중이다.
외국에서 살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욕심부리고, 조급해하면 결국 똑같다는거.
물론 서울에 살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정신을 못차리겠지.
하지만 여기서조차 나에 집중하고, 삶 자체에 주목하며 살 수 없다면 장소가 무슨 의미일까.
일부러라도 퇴근 후 1시간은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일기를 써야겠다.
내가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잘 가고 있는지 방향도 점검해보면서.
정신없이 살다가 건강을 잃었을때 내가 스쳐지나보낸 그 시간들을 후회하며 울고싶진 않다.
지금부터 나의 몸과 정신에 집중하고 본연에 충실하자.
천천히, 느리게 살자.
그런 생각을 하며 마무리하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