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상 동료들의 출장이 매우 잦다. 유럽, 한국 등 대륙과 국가를 넘나드는 출장도 많고, 독일 내 구석구석을 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출장비가 꽤 많이 나오는...그런 회사다.
나는 업무상 출장 다닐 일은 거의 없어서 주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지만, 동료들이 워낙 자리를 자주 비우다보니 출장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땐 보험사이다보니 정말 출장이 거의 없었다. 연도대상때 동남아 휴양지를 영업관리팀이나 상품개발팀에 몇 명이 같이 가는 정도?
아니면 선진보험시장 탐방을 한다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몇명으로 꾸려진 사찰단이 가거나...
미국회사를 다닐 땐 본사 사람들이 많이 한국 오피스에 와서 근무하다보니, 회사 자체가 좀 글로벌한 분위기였고, 근무 성적이 좋으면 미국 본사 근무 기회도 주어지곤 했다.
하지만 출장이 일상화된 곳은 아니었다는...
그런데 이곳에 와서 출장을 거의 일상으로 하고, 그로인해 쌓인 마일리지로 모닝캄을 손쉽게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니(그 중엔 일년 365일 중 250일 출장을 다녔다는 사람도 있었다는;), 출장이란 뭔가..하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된다.
사실 예전엔 워낙에 나갈 일이 없고, 휴가도 짧은데다 1주일 몰아썼다간 엄청 눈치가 보이다보니 출장 다니는 직업 가진이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내 예전 동경의 대상들을 매일 만나 얘기를 듣다보니, 그들도 예전엔 출장이 좋았는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힘도 들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느니...계속 다니니 어디가 집인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니 생각이 좀 바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예전보다 여행을 힘에 부쳐한다는 느낌이다. 아직도 가면 뽕뽑는 버릇을 못버렸는지, 이거 안할거면, 이거 안먹을거면, 이거 안볼거면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왜 왔나, 하는 생각에 결국 머무르는 동안에도 바쁘게 지내곤 한다.
한번 가면 여기 언제 또 오겠나, 한번 봤으니 다시 오기 싫겠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다니는 편인데, 이젠 맘은 그래도 몸이 안따라줘서 못하겠다.
아무도 강요하는 것도 아닌 여행을 가서도 며칠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힘든데, 출장도 일년에 한 두번 가서 우연히 생긴 휴일을 며칠 즐긴다면 모를까-
이탈리아 갔다와서 하루만에 또 독일유람에 또 어느 나라를 가고,,,하다보면 집 생각, 집밥 생각이 간절해질 것 같다.
내가 비교적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데도 요즘은 늙었는지 이것도 힘든데, 비행기 매번 타라면,,,,
아 난 못해 ㅠㅠ
참 사람 생각이라는게 몸 따라, 나이 따라, 시간 따라 계속 바뀌는 것 같다.
결국 출장을 부러워했던 이유는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내 돈 안들이고 마일리지, 견문 쌓기 등 부수적인 이득도 얻고, 커리어적인 기회도 갖고,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것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나?
그런데 사실 그런건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고 일 안해도 되면, 그냥 내가 하고싶은대로 돌아다니고 해보고싶던 일 도전하면서 살면 되는것 아닌가.
그렇게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안되니 직업적으로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분야를 선택하는거긴 하지만(물론 그게 제1의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내가 원해서 다닐 수 있는 것과 정해진 스케줄 속에서 다니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 결국 어디나 유토피아는 없고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바쁜 일상 속에 문득 떠올랐던 생각들...
여행에 대해서도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는데 다음에 한번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