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짐 정리. 그리고 옛날 생각.

by 봄봄

출국이 몇일 남지 않아 이제는 좀 속도를 내서 짐정리 중이다. 처음엔 그저 옷, 음식, 책, 전자제품 정도 챙기면 되겠거니, 웬만한건 가서 사면 되겠거니, 했는데 막상 정리하려보니 만만치가 않다.

더구나 엄마는 향후 내 짐 정리해 배로 보내는 수고를 부담스러워 하시다보니, 회사 인수인계를 깔끔히해서 전화문의가 안오게 하듯 집에 있던 내 흔적도 깔끔히 정리해야할 것 같아 은근 스트레스가 장난아니다.

정리하다 보니 이 많은 짐을 이사때마다 끌고 다녔다니...싶게 매번 박스 몇개가 쓰레기로 나오는 걸 보면 참 일상에서 욕심이 더덕더덕 묻어있게 산듯하다. 왜그렇게 뭘 소유하는데 집착했던 걸까.

요즘 유행이라는 미니멀리즘에 나도 이제 동참해야 할것 같다. 정리가 되 갈수록 머릿속도 좀 정리되는 느낌이다.


이렇게 정리한다고 해도 결국 깜빡하거나 생각지못했던 짐들은 부탁을 하게되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내가 하는데까지 깔끔히 하려다보니 오늘은 짐정리하다 땀까지 나는 지경이지만, 그래도 정신은 맑아져가는 느낌.


여튼 짐정리 중 제일 큰 부분인 책정리는 주로 알라딘 중고서적 판매를 통해 많이 정리했고, 이제 어느정도 이민가방이 차는 걸 보면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한 70%정도 완성?


그런데 짐 정리하며 속도가 지연되는 건 사실 짐의 부피보다, 엄두가 안나 시작을 늦게하는 점과, 짐정리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과거의 메모, 끄적거림, 편지...들 때문이다. 이중엔 내가 적은 것도, 친구가 적은 것도, 아빠가, 엄마가 적은 것도 있다.

날짜를 보면 2007년 2005년 등 그야말로 10여년은 묵은 옛날 글인데, 난 그 짧은 메모에 아빠생각이 나서 울기도 하고, 친구에게 보내려다 보내지 못한 엽서 속의 내 꿈들이 일부는 이루어지고, 일부는 이제 더이상 꿈이 아님에 세월을 느끼기도 한다. 소소한 친구의 메모에 훌쩍 시간을 날아가 사회초년생 때의 힘듦을 떠올리기도, 스케줄러 속 일정을 보며 그때는 참 전부같았던 일들이 이젠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게 소회에 젖는 시간들 때문에 참 진도가 안나갔는데, 이젠 냉정을 유지하며 정리중.

추억이 묻어있는 그 조각들을 버리기는 아까워 계속 들고 다녔으나, 이제는 과거를 이고지고 다니지 말고 새로운 삶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정말 기억하고픈건 사진을 찍고 다 버리고 있다.


이렇게 손톱을 깍아내듯 과거를 털어내고 내 짐도 정리정돈 해야,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삶이란게 어차피 죽을 때면 들고갈 수 있는게 하나도 없으니, 소중한건 가슴속에, 영혼 속에 간직하고 그 가치를 따라 살아가야지.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오히려 현재를 잃어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짐정리하며 떠오른 개똥철학이긴 하나,

내 일상에서 깨달은 것이니...항상 구매충동이 올때마다 오늘의 교훈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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