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집 구하기

그리고 이사를 앞둔 나의 소회

by 봄봄

현재 사는 집에 이러저러한 불편함이 있어 새 집을 알아본게 거의 9개월쯤...보통 1년정도 집을 알아본다는 이 곳 독일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 그만큼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기대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고르고 고른 집들 중 1지망은 아니나 2지망이었던 집에서 드디어 오케이가 와서 계약서를 썼고, 이제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집의 문제였던게 대마초 피는 이웃, 골초인 이웃, 엘레베이터 없는 독일식 4층 나선형 계단, 복도에 창문없어서 아침저녁으로 계단 오르내릴 때 퀴퀴한 냄새가 났다는 점, 방 구조 불편, 방 1개 부족, 지역난방인데 가스보일러가 화장실 내에 위치했으며 창문이 없어 가스냄새가 빠지지 않았다는 점, 침실이 큰길 쪽에 위치해 여름에 창문을 열면 버스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는 점이었다.(쓰고 보니 매우 많구나..)

뒤셀도르프에서 나름 비싼 동네 중 하나고 주변환경이나 분위기가 괜찮았으며, 교통이 편리해 Miete는 아헨과 비교도 안되게 높았는데 그에 비해 나의 만족도는 위의 단점들로 인해 그리 높지 않았다.


미안하니까 장점도 써보면, 집이 renovation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정말 깨끗했고 부엌과 화장실 상태는 gehoben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최신식의 매우 좋은 재료과 구성이었다.(부엌과 화장실은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예뻐서 처음 이사와서 한동안 쇼파에 앉아 감상하곤했다는...) 집주인이 그야말로 nett해서 무슨 문제가 있어 연락하면 거의 바로 Handwerker가 출동해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고, Heizung도 다 새거에 이쁘고 열효율이 좋아서 가스비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독일의 오래된 집들은 난방효율이 낮아서 난방비가 꽤 많이 나온다. 특히 한국인들처럼 집에서 가볍게 입고 히터 만땅 트는 스타일들은 나중에 Nachzahlung 폭탄을 맞게됨...-내 얘기)


즉 독일에서 집을 알아보다 보면 엄청난 선택장애가 오게 되는데, 한국처럼 어느 동네나 거의 똑같은 아파트 구조와 비슷한 옵션이 아니고 모든 집이 구조부터 내부 옵션 및 상태가 제각각이어서 집마다의 장단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집보러 다니면서 세상에 참 다양한 집이 있구나...느꼈는데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모두 갖춘 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즉 거의 불가능했다. 내가 원했던 건 neubau일 것, 엘레베이터, 방 3개(부엌제외), 교통편리, 동네 분위기 괜찮을 것, 복도에 창문 있을 것(환기), 중앙난방, Miete 너무 높지 않을 것, 부엌 포함될 것, 붙박이장(이건 네고 가능), 집 근처 산책 위한 공원, 장 볼 슈퍼 도보 10분 이내, 회사까지 거리 편도 30분 이내(나, 신랑 모두), 주차장(독일에서는 주차공간도 매달 70~100유로 주고 임차해야함) 정도였다. 물론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춰야하는 건 아니고 우선순위는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몇가지는 있었는데 그 몇가지를 갖춘 곳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이게 되면 저게 안되고, 저게 되면 이게 안되고...

그래서 집 보고 우리가 apply하는 횟수 자체도 드물었고, apply하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택'되어야 하다보니 지원하고도 거절 혹은 아예 답장이 없는 경우도 많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집주인 혹은 Vormieter가 언제 오라고 하면 무조건 그 시간에 가고, 가서 집 너무 좋다고 오바도 하고, 정말 집 받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집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한국에서 어느 아파트를 가나 기본적으로 부엌 설치, 드레스룸, 베란다, 엘레베이터, 화장실 2개, 붙박이장, 주차장이 있는게 너무 그리웠고 부러웠다...독일에서 이 정도 옵션이면 완전 럭셔리다 정말-

결국 최종 낙찰된 집은 나의 많은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지 않는 곳이었으나, 그래도 지금 집보다 여러모로 낫다는 점에서 결정을 했고, 오늘 이사 가기전 청소를 하며 동네를 둘러봤는데 맛난 식당도 많고, 맘에 쏙 드는 아이스크림 집도 발견해서 기분이 매우 좋다. 집도 자세히 뜯어보니 더 맘에 들고...


2020년 코로나와 여러가지 일들로 힘들기도 했고, 고생도 했지만 한 해가 가기 전에 새출발을 할 집에 들어가 우리 신랑과 하나하나 꾸며가고 또 함께 만들어갈 추억들을 생각하니 참 좋다. 오늘 신랑과 집 관련 이런저런 문제도 상의하고,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며 계획을 하다보니 문득 이렇게 둘이서 젊은 나이에서 힘을 합쳐 하나씩 우리 힘으로 이뤄나가고 있는 이 과정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집 구하고, 차 사고, 이런저런 일상의 일들을 처리하며 젊은 부부가 생활을 일궈나가는게 되게 어려울 것 같고 어른의 일 같았는데, 어느 새 우리가 그렇게 하나 하나 일상을 가꿔나가고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했던 일들을 무리없이 해내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걸 부모님들 도움 없이 우리 둘이서 함께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꿈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매순간 감사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알차고 보람있게 살고싶다.


지금도 독일에서 집을 구하느라 고군분투하실 많은 분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빌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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