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다

락다운을 이겨내는 방법, 독서

by 봄봄

요즘 책을 많이 읽는다.

자서전, 역사서, 경제서적, 에세이 등 가리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어떤 구절이 있다면 다 읽고 있다.

놀랍게도 그런 과정에서 적어도 1권에 1, 2번 이상 마음을, 혹은 생각을 때리는 어떤 부분에 멍해지기도, 눈물이 나기도, 헉 하며 깨닫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평소에 품고있던 생각들이 많이 정리가 된다.


어릴때 책을 정말 좋아해서 세계문학전집이나 동화전집 등을 선물받거나, 물려받거나 하면 마음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한권씩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다 읽었고, 친구집에 놀러가면 그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다 읽곤 했다. 며칠간 지방에 사는 친구네 가족 집으로 바캉스를 간적이 있는데, 그 집 동화전집을 머무르는 동안 다 읽어치웠다.

아빠와 서점에 간 날, 소설책 3권 세트를 사주셔서 품안에 고이 안고 귀하게 집에 모셔와 읽고 또 읽었고, 열린글방 깨비책방 등 동네 도서 대여점에 가서 책을 3권 5권씩 한아름 빌려돌아오는 날이면 다 읽는 순간이 다가오는 걸 아쉬워하며 아껴아껴 한장씩 읽곤 했다.

그리좋아했던 책이 더이상 안넘어가던건 고등학교때부터 성적위주의 수업을 하고, 자율학습이 길어지면서 실용성이 없다면 책을 안읽게되면서부터다. 입시위주의 책 추천과 이른바 입시에 자주나오는 주요 소설 요약본이 등장하면서 읽기에 흥미를 잃어가던 나는 방학숙제로 주어진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미련하게 읽다가 책을 거의 완전히 손에서 놓게 되었다.

대학에 가서도 뭔가 책이 실용적인 가치가 없다면 읽지 않게되면서, 난 대략 고등학교 2, 3학년부터 대학시절, 직장생활을 하는 10년 가까이를 책읽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산 것 같다.


나의 유일무이한 취미를, 즐거움을 앗아간 한국식 교육방식을 지금은 원망한다. 입시가 아닌,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고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우주의 근원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배우며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도 학식적으로도 성장하는 동시에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 결국은 배움의 목적이거늘... 배움 자체도 그저 살아가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일 뿐인데 그 시절엔 공부못하면, 시험 못보면 인생 끝나는 줄 알았다. 제일 호기심 많고 뇌가 말랑하던 십대 후반, 이십대에 나를 탐구할 기회를 읽은게 이제와서 통탄스럽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책읽는 즐거움을 되찾아가는 중이고, 즐겁게 책을 고르고 있으나 내가 있는 곳이 독일이라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는게 쉽지 않아 문제다. 이북으로 주로 해결하고있긴한데, 늘상 종이책이 너무 그립다. 종이책 살컷 읽고싶으면 독일어를 해야되는데... 독일어로 책읽는게 한국어수준이 되려면 아주 빡세게 5년은 해야 가능할거같은데 가능할런지 휴.


그래도 다시 찾은 소소한 재미가 반가운 요즘이다.

조만간 읽은 책들 리뷰도 해보고, 다시 찾은 의미들도 정리해보려 한다.


코로나 시대에 즐기던 여행도 못가고, 도서관도 서점도 마스크 끼고 가야하고, 친구와 까페수다나 맛집 탐방도 못하는 요즘 다들 어떻게 이 락다운 기간의 지루함을 이겨내고들 계시는지 궁금하다.

날씨도 춥고 햇빛도 거의 없는 독일의 겨울에 그나마 빛이었던 크리스마스마켓까지 취소되어 지금 시기는 그야말로 소셜리 셧다운된 일상이다. 그나마 애교많은 신랑의 말과 행동에 소소하게 웃고, 회사동료들과 시덥잖은 농담하며 한번 웃고 하며 이 시기를 견디는 것 같다.

모두에게 다시 비포코로나 때의 봄날같은 일상이 어서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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