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바다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등불 같은 책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고

by 봄봄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후 확실히 종이책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걸 느낀다. 읽는 동안 건져올릴 문장이 너무 많았던 '다시, 책은 도끼다.'.


#1. 독서는 나만의 해석


사실 '책은 도끼다'를 읽지 않아서, 전작과의 비교는 못하겠다. 전자도서관엔 이 책이 없어 구할 수 있는 최신작인 '다시, 책은 도끼다'를 먼저 읽었다.

다독하지 말고, 정독하라는 말이 와 닿았다. 항상 한달에 혹은 1년에 책 몇권 읽는지조차 지성의 자랑처럼 되어버린 요즘, 책 속의 문장이 내 것이 될때까지 곱씹으며 체화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말.


"사람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텍스트를 소화해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 피력하기 보다는, 그저 텍스트의 의미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는 것.

나를 돌아보면 비단 책을 읽을 때 뿐 아니라,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정보를 얻을 때도 그저 텍스트의 의미만 파악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고만 했지 그 정보들을 의미있게 정리하고 활용할 나만의 '주관'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귀가 얇다'고 하나. 결코 칭찬이 아닌 말이다. 가치관이 뚜렷하거나, 혹은 뚜렷한 가치관을 세워가는 중인 사람은 결코 귀가 얇을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든 책이든 내가 접하는 건 모두 '남의 말, 남의 이야기'다.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일일지라도,'내 현실'은 아닌 것. 그래서 그들의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여 나의 현실에 대입하고 나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항상 괴로움이 시작됐었다. 누가 실리콘밸리 취업해서 이렇게 산다더라, 누구는 미국 mba가서 이런 경험을 한다더라...하지만 내 상황이 그저 회사원의 일상이라면 이런 얘기들에 자꾸 꽂혀서 그런 삶을 꿈꾸는 것이 굉장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삶을 꿈꾸면 지금 뭔가를 하고 있어야겠지. gmat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미국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 부단히 영어공부를 하고 지원을 하거나...그런 노력 없이 그저 남의 일상을 보고 부러워만 하고 그 얘기만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더라.

대학시절, 어떤 선배에게 돈 많이 벌고 싶다고 했더니 '부자 될 사람은 지금 어딘가에서 장사를 하든, 뭔가를 만들든 하지 지금 나한테 부자가 되고싶다고 말하고 있지 않겠지.'라고 했다. 참 맞는 말이다. 항상 목적이 있으면 정보를 활용해 판단하고 움직여야지, 남의 말에 기대 꿈만 꾸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며 내일이 다르기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자다.'라는 말이었다. 참 당연한데 한때 내가 그러고 있었다.

다독이든 정독이든 좋지만, 책을 읽든 무엇을 접하든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에피소드 중, 어떤 학생이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는데 자기 여행이 아니었다고. 여러 블로그의 후기를 짜깁기 한것 같은 여행이었다고 했다. 여행정보와 후기는 활용하되, 내가 하고싶은 여행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잡고 여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응축해 놓은 표현이 있어 소개한다.


독서가 정신의 개인적인 삶에 눈을 뜨게 하는 대신에 그것을 대체하려 할 때 위험해진다. 그럴 때면 진리는 ....몸과 마음이 쉬고 있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미 준비된 꿀을 음미하는 것과도 같이 서재 선반들에 꽂힌 책들에 손을 뻗어 닿기만 하면 되는 물질적인 것이며, 위험한 존재가 된다.


#2. 관찰과 사유의 힘


우리 모두 나름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어떤 힘든 날, 답답한 마음에 나선 저녁 산책길에서 나를 어루만지듯 불어온 한줄기 바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탄 차 안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이 내게 영화같이 느껴진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간직하는 힘이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내는 원동력인 것 같다.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음미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시'라고 했다. 누가 시를 읽는다고 하면 참 신기하게 보곤 했는데, 그만큼 시라는 건 내게 국어시간에 배운 것 이외에 와닿지 않는 음율을 가진 글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한 시들과 강독을 들으며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평범한 것에서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잡아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시를 읽는 일인 것 같다. 책에서 소개된 김사인 선생의 [시를 어루만지다]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시에게 다가가는 길잡이같은 책이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크고 비싼 집과 재물을 갖고있고, 권력과 명예를 갖고 살아간다 해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느낌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생각나서 많이 웃고 울었고, 소중한 내 순간들을 아직은 보고 잡을 수 있는 지금이 제대로 가고 있는 거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어 행복했다. 이 책은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이상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3. 그 외


위의 두 챕터 외에도 여러 챕터를 통해 삶의 진리를 독서를 통해 깨우칠 수 있었다.


사회 현상의 실존적 영향력은 그 것이 팽창할 때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미약한 상태이인 초창기에 가장 날카롭게 인지될 수 있다.


즉 너무 썩어있으면 그 곳이 썩은지도 모른다는 것.


'커튼'이란 소설에서는 연애와 결혼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네 그것과 너무 비슷해 놀라기도 했고, 기행문인 영국기행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았다. 아래는 [영국기행]의 한 구절.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 곳 졸업생들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와서 2,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독서의 바다 속에서 촛불하나 들고 나를 인도해주는 가이드를 만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이래서 강독이라는 게 필요하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강독을 들으러 가는구나, 싶더라.

이 책 속에 소개된 책들 중 몇 권은 내 다음달 독서리스트에 올려뒀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책들이 내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책이고, 소개된 책들이 그럴 것이다. 즐거운 1주일의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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