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의 16개월이 되어가는 우리아기와 지난 1년 넘는 시간동안 초반 1-2주를 제외하고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갔다.
언젠가부터는 내가 집에 있으면 너무 우울하고 우리신랑 홈오피스에 방해될까봐 하루에 2번도 산책을 다녔고, 한번나가면 최소 1시간, 어떤 땐 2시간도 산책을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아기가 스르르 잠들어 있기도 했고, 그 시간이 나에게 엄청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일단 아이가 조용하고 평화로우니 내맘의 조급함과 불안이 사라졌다.
애가 어릴 땐 정말 동네에서 산책해야지 어디 멀리 공원 간다는거 자체가 스트레스다.
수유텀 3시간씩 맞추고 기저귀갈고 낮잠타이밍 챙기고 이러다보면 시간에 쫓기고 정신이 없는데 와중에 20분 이상 걸리는 어디론가 가서 산책을 한다는건 그야말로 어불성설...
그래서 아이 출생 전에 무조건 산책하기 좋고 나무 많고 조용한 동네로 이사오고 싶었고, 결국 이동네를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잘한 결정이다.
매일 힘든 와중에 동네를 유모차 밀고 걷는 것 만으로도 건물보다 커다란 나무와 좋은 공기,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책길, 그냥 집앞 길가를 걷기만해도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한국엔 아파트 단지 내에 조경도 하고 긴 산책로도 꾸미고 하지만 그건 다 인공적이고 돈이 많이 관리하는데 드는 반면, 이곳은 그냥 동네 골목길 자체가 걷기 좋아서 그게 제일 맘에 들었다.
예전 집은 한쪽이 대로여서 우리 동네같은 편안함이 없었고, 4층 나선형 계단에 엘레베이터도 없어서 어디 가려고 하면 벌써 오르락 내리락 할 생각에 스트레스 받고, 창밖으로 보이는 길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동네는 밖을 보면 정겹고 나가는데 심리적 부담감이 현저히 낮아서 유모차 끌고 자주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집 자체에 단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동네와 주변환경만큼은 너무 맘에 들어서 2년 가량 산 지금은 집은 좀 neubau로 옮기고 싶어도 동네는 절대 떠나기가 싫을 정도다.
돌아다니면서 참 이 동네 구석구석 안돌아본 곳이 없고, 집앞 정원 꽃구경, 차구경, 집 외관구경, 나무구경 등 내 눈으로 살갑게 쓰다듬어갔던 이 동네가 이제는 너무 정이 들어버렸다.
특히 우리 애기와 함께해서 더 그럴지도...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는데 그 일들을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렵고, 누군다가 듣는다 해도 다 보듬어주고 품어주기 어려운 일들인데, 그간 산책하고 걷는 그 단순한 걸음들이, 시원한 바람과 하늘까지 푸르게 채워주는 나무들이많이 받아주고 위로를 준 것 같다.
높은 월세가 부담되고 매번 비싸다고 투덜대도, 내가 이 동네에 살면서 매일 느낀 편안함과 안정감, 심지어 지나는 사람들과 이웃까지도 다정하고 예의바르고 여유있는 모습에서 받은 잔잔한 분위기는 돈으로 살 수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정성적인 면들까지 다 Miete에 포함된 것일지도...
여튼 어제도 산책을 하며 나무들이 참 아름다워서 다시한번 만족감을 느끼며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