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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y 02. 2023

내가 사랑하는 독일 서점, Mayersche

그리고 나의 뒤셀도르프

요즘 정말 날씨가 너무 좋다.


퇴근하고 아이 픽업하러 가면 난 이미 kaputt상태라 보통은 뭘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아이 먹일 간식-주로 과일이나 간단한 쥬스나 주먹밥, 과자 등-만 챙겨서 픽업 후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 하면서 아이 돌보다가 저녁에 재우는게 보통이지만....


이 날은 정말 날도 너무 좋고 홈오피스 하는 신랑이 조용하게 더 집중하게 해주고 싶어서 하원 후 유모차 밀고 시내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주말을 앞둔 사람들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지던 시내-

뒤셀도르프가 이렇게 예뻤나? 이렇게 좋았나? 싶게 내 바로 옆에 있던 곳곳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던 날.




Schadowstraße.

뒤셀의 주요 쇼핑거리인 이 곳은 불과 몇년 전보다 너무 좋아져서 갈때마다 소위 쌔삥이라 기분도 좋고 구경하는 맛도 있다.

아래 사진 건물도 오픈한지 1년? 2년밖에 안되서 완전 깨끗해서, 여기 DM이나 알디에서 한번씩 장을 봐서 가곤 한다. 커피숍도 되게 이쁜 곳이 많고, 이제 뒤셀에서 지점 찾아보기가 힘들어진(이유는 모르겠으나...) 서브웨이도 곧 오픈한다고 해서 기대중-




애플 매장 앞에 저 동상은 원래 없었는데 최근에 생겼다. 샤도우 스트라세가 사람 이름을 딴거였구나...


애플 매장 지나 쾨닉스 알레도 들어서면 탁 트인 전경에 분수가 있는 이쁜 공원까지 기분좋은 길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가는 나의 최애 코스 중 하나인 Mayersche.

아헨에 있을 때부터 이 서점에 가서 독일어 공부할 책도 고르고, 이런저런 여행잡지도 뒤적이고 하는게 내 일상이었는데, 뒤셀도르프 쾨닉스 알레 지점은 특히 크고 안에 까페도 잘 되어있고, 전망도 너무 좋아서 아이 낳기 전부터 자주 가서 힐링하곤 했다.

가득 차있는 잘 정리된 책들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들곤 했지...


요즘은 이 곳에 가면 아이들 책이 있는 지하1층으로 직행하곤 한다.

코니 시리즈는 아이에게 키타, 병원 등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해 잘 묘사되어있고 그에 대한 이유와 context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어 집에도 몇 권 구비하고 자주 읽어주고 있는데, 이번엔 시계가 들어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시간 관념을 이해할 때 이런 책으로 알려주면 도움이 많이 될듯...


생일에 선물 받은 Elmar 책이 꽤 유명한 시리즈였다는 걸 몰랐는데, 서점에 와보니 정말 Elmar 시리즈를 진열해 놓았네 - ^^ 귀여워라..


다른 코너들도 그렇지만 아이들 책 정리해놓고 진열해둔 센스 보면 너무 이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보다 내가 더 구경하는 재미가 있달까..

저 애벌레도 유명한 책에 나오는 아이인데 저렇게 책장 위에 올려둔 걸 보니 웃음이 났다.  


원래는 아이들이 책보고 놀고 하는 공간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이렇게 변신!

저 사물함 같은게 뭔가 하고 보니...


세상에 박스 하나하나에 아이가 생일선물로 받고 싶은 책이나 퍼즐, 장난감, 보드게임 등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집에서 너 생일에 뭐받고 싶어? 하면 잘 생각이 안나는데, 이렇게 직접 오프라인 공간에 나와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고르고 일단 원하는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 놓은 후,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할 때 이 Wunschliste를 알려준다고 한다. 그럼 초대받은 아이는 이 리스트에서 친구에게 뭘 주고 싶은지 고르고, 그럼 저 선물 모두를 받는 것은 아니니 랜덤이라 Surprise도 되고, 어떤 선물을 받든 본인이 원하는 것이니 기쁠 것이고.

주는 사람도 생일인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이 리스트를 보면 원하는 걸 줄수 있다는...그런 시스템이라고 한다.

여튼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서점 내에 내 이름과 생일이 붙은 박스가 전시되고, 나에게 이 넓은 공간에서 원하는 것들을 10가지 정도 골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이벤트이고 생일이 되기 전 벌써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기분좋은 경험이 아닐지?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의 기쁨에 일조한다는게 서점측이 노력도 많이 하고 고객을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고 사랑스러웠다.


누구인지 기획하신 분 센스 대단....


요즘 Auto에 꽂혀있는 우리 아들 여기서 또 하나 손에 쥐고 나갔다...ㅎㅎ 혹시 볼까봐 하나만 집어서 주고 얼른 유모차 밀고 나와버림...



이날 키타에서 같은 시간에 픽업해서 같은 반 애기 엄마랑 하원하기전 어린이집에 앉아 수다를 좀 떨다 왔는데, 서점에 와서 그 엄마랑 아이를 또 만났다. ㅎㅎ 이런거 보면 뒤셀도르프가 얼마나 좁은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서울에서는 크지 않은데 뒤셀도르프에서는 가능하다. 이런 것도 뭔가 도시인데 소박한, 시골 라이프같은 정감있는 점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 코너에 가서 재밌게 구경하기도 하고, 모르던 시리즈들을 보며 나도 신기해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배워나가는 책들을 보며 와, 요즘은 책을 이렇게 예쁘고 정성들여 잘 만드네-

애들 책 내용인데 내가 모르던 것들이 태반이네-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즐기기도 한다.


가끔은 아이 없이 혼자 서점의 아이 코너에 가서 애들 보는 책을 앉아 읽고 있기도 하는데, 얼마전엔 2~4살이 읽는 바다에 관한 책을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결국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사들고 나옴...

이런 소소한 행복이 참 좋고, 아이들 책이다 보니 내 독일어로도 웬만한건 다 읽을 수 있어서 그것도 수준에 맞아 좋은 것 같다. 아직 독일어로 된 소설이나 잡지를 막힘없이 술술 읽을 정도는 아니니.. 어쩌면 내 수준은 이 책들이 딱 맞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서점은 나에게 예나 지금이나 무궁무진한 탐험의 보고이자, 10분만 들러도 환기가 되는 세상구경의 장이다. 이런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어 참 좋고, 앞으로 아이도 책으로 세상을 알아가며 지금 우리가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것 이상의 큰 세상이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나가며 성장했으면 좋겠다.


나의 Mayersche 예찬은 그럼 여기서 줄이기로... 다음에도 또 제가 좋아하는 장소들에 대해 써볼게요~

그럼 모두들 굿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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