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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07. 2020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

2019년의 자아상

성격에 관한 고찰. 2019 04 23

 나는 언제나 타인에게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게 분명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으리란 사실을 나는 너무 나중에야 깨달았다. 나는 항상 상처 받는 입장이라 여겼다. 남들의 우월한 점만을 보았고 나의 열등한 점만이 보였다. 결국 모든 것을 나를 기준으로 보았고 그 사람의 시선이나 삶이나, 그 사람만이 가진 어떤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타인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없는 장점의 모습이었다. 그들 그대로의 존재는 지워버렸다.


 나는 나의 열등을 무기 삼아 휘둘렀다. 나를 피해자라고 믿었고 실제로 그만큼 괴로웠다. 그만큼 남들을 괴롭게 했을 거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때는. 그렇지만, 그게 최선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말하면 누군들 이유가 없겠어? 비겁한 일이었지. 어쩌면 너도 그런 나 때문에 상처 받아서 복수하려고 했던 건지도 몰라. 내가 아프니까 나쁘지 않은 거라 믿었다. 나쁜 사람은 아프지 않을 거야. 왠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약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모습을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고 타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크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나를 더 낮은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받아들이는 것을 회피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나의 열등이 회피 기제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용기였다. 내가 오로지 나에게만 관심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대학에 와서도, 사람들과는 훨씬 잘 말하게 되었지만, 내 근본이 바뀌었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맞게 처신하는데만 집중할 뿐 상대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를 대처하는 나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야 피상적인 관계밖에는 맺을 수 없는데. 그런데 도무지 관심이 생기지 않는 걸 어쩌나. 다행스러운 것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얼마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들. 그렇다고 내가 공감하지 못한다거나 연민이 없는 냉혈한이라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진지하게 알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나 솔직하게 물어보고 싶다. 그대들은 정말로 타인이 궁금한가? 특히 외향적인 사람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정말로 즐거운가? 나는 우리가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라 잠정적으로 결론 내려놓았지만,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니까. 그곳에 내가 모르는 즐거움이 있고 내게 그것을 느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시도해보고 싶다. 타인에게 다가가 보고 싶다. 나보다 상대가 더 커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내 감정을 쏟아부을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해 보고도 싶다. 나에게 맞을지 맞지 않을지도 해보지 않고는 모를 테니까.


공원 풍경. 핸드폰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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