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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16. 2020

단기 알바 찾아 삼만리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답장은..?

약 한 달 조금 넘는 방학.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단기 알바를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구인구직 앱인 알x몬을 유심히 둘러보니 마트나 호텔에서 하루 이틀짜리 단기 알바를 구인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과외나 학원강사처럼 가르치는 일만 해왔던 터라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요하는 일을 해볼 생각이었다. 철저한 비즈니스적 저자세(?)로 일할 자세도 되어있었다. 나는 모든 게 처음이니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배우겠노라. 단 하루라도 평생직장인 것처럼 일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집과 가까운 마트의 주말 판촉행사였다. 인터넷에서 집이 가까울수록 채용 확률이 올라간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어 막연히 뽑히겠거니 생각했다. 알바 경험이 있는 친구의 응원을 받아 용기를 내어 인터넷 지원 버튼을 눌렀다. 따단! 저질러버렸다. 나도 드디어 판매 일을 해볼 수 있다! 가서 돈도 벌고 이 소심한 성격도 좀 고쳐보리라!


라고 생각했으나... 지원 3일째 아무 연락이 없었다. 심지어 일주일 넘게 지난 지금도 이력서 미열람. 용기를 낸 첫 지원이었지만 그렇게 답장 한 마디도 없이 탈락했다. 나는 며칠 동안 오매불망 그들의 말 한마디만 기다렸는데.. 이미 사람을 구한 상황이었을까. 모집이 끝났다면 글을 내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투덜투덜. 어쩔 수 없지. 다시 알x몬을 뒤적거린다.


시간 날 때마다 앱을 새로고침 하고 알바에 관련된 정보수집을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주말에는 그다지 새로운 공고가 많이 올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 가능한 시간에 호텔 연회장 서빙 구인 공고가 올라온 걸 발견했다. 업체를 검색해보니 호텔 알바만 따로 연결해주는 사이트가 있었다.


이전에 오현석 저자의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베테랑 호텔리어인 저자가 특급 호텔에서 일하며 만난 vip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그들의 특출 난 습관 등을 정리한 성공학 도서이다. 저자의 솔직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그런지 술술 재밌게 읽혔는데, 호텔에 손님으로 방문하는 vip들보다도 직원으로서 일하는 저자의 관점이 오히려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호텔이라는 장소의 럭셔리함까지 더해져 호텔에서 일한다는 것에 환상을 갖게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 특급 호텔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니. 이거다 싶었다.  더도 말고 그냥 호텔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고급스런 유니폼을 입고 vip들에게 와인을 서빙하는 경험! 상상만 해도 멋지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실제 직원이 이 글을 본다면 대책 없는 환상에 혀를 끌끌 차겠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니 상상은 자유 아닌가. 환상이 깨어진다면 그때 맞닥뜨리면 될 일이다. 마음을 굳혔다. 남은 방학 동안 틈 나는 대로 호텔에서 일해보리라. 검정 구두? 있고. 스타킹? 오늘 샀다. 보건증? 마침 알바한다고 저번 달에 받아놓았다. 용모단정? 이 정도면 괜찮지. 준비물은 다 갖추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양식에 맞춰 토요일, 일요일 공고에 각각 문자를 보냈다.





1의 크나큰 존재감. 핸드폰 드로잉



문자를 보냈다. 그 결과는... 아직도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건지, 이미 탈락한 건지. 읽음 확인을 나타내는 문자 옆의 1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숨이 나왔다.


내가 이력서를 잘못 썼나?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내용이라던가 지원할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나? 미스터리였다. 억울한 맘에 폭풍 검색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알바 문자'. '알바 문자 답장'.. 슬픈 건지 다행인 건지 내가 특별 사례는 아니었나 보다. 원래 알바 지원은 무답장=탈락이란다. 한 이삼일 기다려보고 반응이 없으면 다른 사람 구한 거니 더 이상 매달리지 말라고 한다. 채용하는 입장에서야 워낙 많은 지원을 받을 테니 일일이 답장하기 힘든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역시 몇 번이나 읽씹을 당하고 나니 분한 맘이 든다.  


한편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몇 번 씹히고(?) 나니 점점 지원 문자 넣는 게 쉬워진다. 처음에야 꽤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지원한다고 이 일을 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서인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따져보면 떨어진 횟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고민한 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이제 막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벌써부터 실망할 것 없다. 계속 지원을 넣다 보면 어딘가는 나를 써주겠지. 그럼 정말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쌈박하게 일해 주리라. 


어쨌거나 일하고 싶다. 다음 편은 알바 지원 경험담이 아니라 OO알바 후기가 되기를.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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