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국어와 영어가 탄탄했던 덕이다. 미대 입시를 하던 고 3 때도 국어와 영어는 든든한 효자 과목이었다. 언어 과목이 강세인 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해력은 당시 수능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책. 그런 글 참 많이 봤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독서와 육아의 관계. 우리 아이 책 읽게 하기. 성공하려면 책을 읽어라. 책 읽는 게 나쁘다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어렸을 땐 좀 의아하기도 했다. 일단 재밌어서 읽긴 하는데, 이게 진짜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된다. 그것도 꽤 실질적인 도움이다. 활자에 익숙하면 많은 부분에서 유리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결국 정보의 전달은 활자 위주다. 요즘에는 유튜브의 발전이 심상찮긴 하지만 그럼에도 글만이 전달할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정보 이해와 습득, 맥락 읽기, 행간을 읽는 능력은 무슨 일을 하던 평생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능력, 즉 ‘독해력‘의 근간은 읽기다.
읽기가 수월하면 쓰기도 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글을 쓰고 고쳐나가는 건 끊임없이 스스로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다. 많이 읽어봐야 좋은 피드백을 할 수 있으니 좋은 글을 쓰기도 쉽다.
이외에도 참 써먹을 데가 많은 능력이다. 든든한 국어 점수는 물론이고 대학에 가서도 논술로 상도 타고 장학금도 벌었다. 읽기를 좋아하니 결국 쓰기에 이르러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반수. 과장 쫌 보태서 독서 덕에 가능했다.
책, 왜 읽는가? 사실 독자분들 모두 각각의 대답을 갖고 있으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양식과 정서적 고양 외에도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득도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독서로 이득 톡톡히 본 사람이 전한다. 읽기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어릴 때의 나, 참 잘했어요.
책과 이야기, 2020, 디지털 드로잉
참, 그렇다고 해서 책 읽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아이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실 학부모 독자님을 위해 덧붙인다. 독서는 강제한다고 늘지 않는다. 좋다고 강요하면 오히려 독서에 관한 흥미를 영영 잃을 수 있다. 스스로가 재밌어서 찾아 읽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
부모 스스로가 읽기를 즐기는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아이도 자연스레 흥미를 가질 것이다. 나 역시 어머니께서 책 읽기를 즐기셨고 집에 항상 책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를 취미로 하게 됐다. 강제하지만 말아달라. 본인 스스로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