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못하는 외로움은 바닥에 고인다. 오늘 저녁도 사람과 함께였다. 그러나 나의 갈증은 해소되지 못한 채다.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항상 무엇인가가 부족한 가슴 한편을 채울 수 있나.
아무래도 나는 받아들여지고 싶은 것 같다. 소년처럼 짧은 머리. 맹숭맹숭한 입술. 이글거리는 눈동자. 노란 뺨. 모두 그것 그대로 인정받고 싶다. 그렇게 존재해도 된다고. 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인정받고 싶다.
안다. 타인에게 완벽한 이해를 바랄 수 없다. 우리는 섬이고 또 타인이다.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닿을 수 없는 존재다. 네가 내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타인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랄 수 없으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다. 결국 이 외로움을 온전히 마실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안다, 아는데도.
나는 너를, 그대를, 당신을, 타인을 갈망한다. 가련한 존재는 왜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가. 나의 외로움은 인정의 칼자루를 타인에게 넘겨주며 태어났다. 스스로는 날 벼른 칼날을 잡고 그대에게 상냥히 자루를 건네주었다. 자, 그걸로 날 찌르세요. 판단은 당신의 몫이에요. 나는 그저 도마에 올라가 얌전히 기다릴게요.
겉으로는 단단히, 거칠게, 오만하게. 결코 내부를 들키지 않도록. 속은 언제 찔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스스로 낸 상처로 흐르는 피. 참으로 위태롭다. 이 고문을 그만둬야 하는데 이미 칼을 거꾸로 잡는데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언제나 자유로워질까.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며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과 예의를 잃지 않는, 지혜롭고 자유로운 투신 아테나. 나는 차라리 당신의 신전에 제를 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