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은 것.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은 더욱 짧은 것. 그러니 타인의 옷을 입고 타인의 꿈을 꾸고 타인의 인정을 구하려고 애쓰는 대신 제 존재의 타고난 빛을 누리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낱 보잘것없는 먼지와도 같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 삶이 언제 끝나더라도 슬프거나 아쉽지 않게. 누구도 보지 않는 혼자만의 방에서도 오롯이 자족하면서. 흰 바람벽을 마주 보면서. 응앙응앙 우는 흰 당나귀의 먼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그리하여 어느 날 우리 빛나는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이제니 『새벽과 음악』, 92쪽, 시간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