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2일 차
7시 반쯤 눈을 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부지런한 하루를 기대했다. 하지만 늦게 잠들었고, 일어나 책상에 앉아도 피곤했다.
결국 8시 반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상쾌하게 눈을 떴을 땐 11시였고 아침에 소복이 쌓여있던 눈은 온 데 간 데 없이 햇살에 녹아 사라져 있었다. 은근하게 들어오는 햇볕과 조용한 동네가 참 평화로웠다.
여유로운 휴식이 달콤해서 어제 세워둔 계획은 금세 잊고 하루 종일 자취방에서 지냈다. 택배를 언박싱하고, 누워서 영화도 보고, 생각을 비운 채 보냈다. 대단하게 하는 일이 없어도 시간이 무척 빨리 갔다.
내가 오늘 하루 오롯이 혼자 지내보며 느낀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나는 사소한 것들에 오랫동안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점심메뉴로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고 어젠 또 마트, 다이소에 가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산 건 몇 개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오늘도 메뉴를 고르는데만 얼마의 시간을 쏟은 건지, 이건 좀 줄일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 몇 주 전에 강점검사를 했을 땐 신중함이 내 강점으로 나오던데, 이제 보니 강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어떨 땐 단순하게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도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방법이다.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를 오래 고민할수록, 만족보단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선택지에 오답은 없고 선택이 행운이든, 변화든, 이별이든, 나의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나 역시 학창 시절이 우울했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보지 못할, 느끼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사람은 겪어본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도 완벽히 공감한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상황들도, 감정들도 나의 다양한 길이라고 열어두고 받아들이자.
오늘 아침 7시까지만 해도 쌓였던 눈들이 11시에 다 녹았다. 바깥이 변해도 햇살을 느끼고 상쾌하게 낮잠을 깰 수 있는, 시답잖은 신중한 고민과 씻지도 않은 채 뒹굴거리는 생활에서도 잔잔하게 평화롭고 만족하며 나를 지키는 하루. 적다 보니 오늘 하루는 내가 오늘 느낀 것보다 훨씬 괜찮은 하루였네. 크게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충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