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을 잘못 구했다는 걸 인지한 순간 '아차'싶었지만 이미 연세를 다 입금했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렸으니 '스스로 극복' 해야만 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고, 내 집도 아닌데 인부까지 써가며 거창하게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셀프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고 집주인의 허락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셀프인테리어를 '만만하게' 여기고 있었다. 특히 '나홀로족'들의 셀프인테리어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기에 사진으로 봤을 때도 별로 힘든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막상 직접 해보니 이건 말이 좋아서 셀프인테리어지, 실상은 자발적 '생고생'미션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지난 일이고 다른 집에 살고 있지만, 이때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 깨서 하이킥을 날릴 정도로 화가 솟구치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바다가 가까운 집일수록 강력한 습기가 집안을 집어삼킨다는 것, 그래서 제주도 집에는 제습기가 필수고, 환기를 위해서 한겨울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산다는 것을 말이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지만, 내가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통해 '멀쩡한 집'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보면 제주에서 집을 구할 때 최우선 조건으로 어떤 항목을 넣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위에 있는 사진 2장이 각각 큰 방과 작은 방이다. 작은방 창문에 시트지를 붙여놓은 게 보이는데, 이 창문 쪽이 남쪽이다. 해가 잘 들어와서 좋은데, 왜 이런 우중충한 시트지를 붙여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집을 보면 사람 성격이 보인다는데, 혹시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마다 창문 옆과 아래쪽으로 시트지를 붙여놓았는데 뭐 이런 촌스러운 걸 붙여놨나 싶어서 떼었더니 시커먼 곰팡이가 서식하고 있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즉시 숨을 멈추고 대문 밖까지 긴급대피했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면서 내가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나는 혼자다.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게 뻔했다. 나는 일단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10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를 5개 사다가 청소부터 했는데, 마당까지 다 청소하고 나니까 허리가 휘어질 것 같았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철물점에 가서 3M 방진마스크를 비롯해 사다리 등등 일단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 왔다. 아! 내가 철물점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며 물건을 사서 가게를 나오는데 나를 부르더니 귤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셨다. 제주도의 남다른 '귤 인심' 덕분에 한결 따뜻해진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벽지를 떼어내고 곰팡이를 제거하는데만 꼬박 3일이 걸렸다. 이때 정말 시중에 나와있는 곰팡이 세제는 다 써본 것 같다. 근데 다 써본 결과, 효과는 락스를 희석한 게 제일 좋았다. 몸에 좋을 리 없기 때문에 곰팡이 제거하고 걸레로 물기를 닦아낸 뒤에 환기를 충분히 시켜서 건조시켰다. 그리고 곰팡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안 되던 벽의 벽지도 전부 뜯어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어떤 면은 여러 장의 벽지가 덧대어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벽지가 잘 떨어졌다. 벽지를 떼어내자 집의 연식을 체감하게 할 정도로 많은 못 자국이 있었다. 퍼티로 다 메꾸어주고 위에 망사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결로방지용 핸디코트'를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이거야말로 막노동이었다.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 드라마틱하고 뿌듯하지만, 막상 내가 하자니 팔이며 어깨죽지며 전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는 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방 한 개도 힘든데, 방 2개에 거실 벽까지 작업했다. 하는 김에 칙칙한 색깔의 문에도 하얀색 옷을 입혀주었다. 바닥은 오래된 장판을 모두 철거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황토를 발라서 마감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제주도의 습기를 몸소 체험하면서 습도 조절에 좋고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홍보문구에 혹해서 바닥까지 작업하게 되었다. 맨 아래 사진은 위와 같은 작업이 다 끝난 후의 모습이다. 매트리스 커버가 도착하기 전에, 침대를 조립해서 세팅해 놓은 모습이다. 다른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노트북에 랜섬웨어가 간염 되어 옛날에 찍어둔 사진 파일이 다 사라졌다. 여기 올린 사진들은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것들을 모아서 편집한 것들이다.
아무튼, 혹시 제주에서 허름한 집이라도 구해 셀프인테리어를 하겠다고 야무진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 그만큼 고된 일이고, 영혼을 빼놓지 않고서는 몸이 지쳐 나가떨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오해 방지를 위해 덧붙여 말하자면, 지금은 이 집에 살고 있지 않다. 이후에 2번의 이사를 더 했고, 지금은 제주시내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