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민을 망설이게 하는 것들

by 자유지은


마음속에 ‘제주 이민’이라는 단어를 품은 이후로 나는 현실적인 고민 에 빠지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사소하지만 이런 것이 모이고 모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도 있 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나는 전형적인 흙수저 집단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의 서민이다(안타깝지만 이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앞으 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쉽사리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나마 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덕에 일반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 비하면 조금 많은 월급을 받았지만, 문화생활을 열심히 즐긴 탓에 통장잔고는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제주 이민 도 마찬가지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일상과 여행의 차이’를 분 명하게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행에서는 깔끔하게 청소가 된 숙소에 머물며 밥도 전부 사 먹고, 빨래할 필요도 없다. 여 기까지만 해도 벌써 일상의 가장 큰 일거리인 ‘가사노동’이 빠진다. 사는 곳이 어디든 먹고 살려면 필연적으로 살림살이가 필요하고, 집에서 부지런히 가사노동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집이 있어야 하 고, 꾸준한 수입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제주 이민으로 화제가 된 사람들을 보면 전업예술가나 연 예인, 또는 퇴직 후 자금으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과 전혀 다르다. 연예인처럼 유명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업예술가도 아니며, 사업은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수중에는 구멍가게를 차릴 만한 돈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너무 평범 한 서른이어서, 그동안 매스컴에 나온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 야만 했다.


핑크빛 환상에 빠져 현실도피 하듯 제주로 가면 결코 안 된다는 생 각이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준비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현 실적이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꿈만 꾸던 제주 이민 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집은 어떻게 구한다고 해도, 가 장 큰 걸림돌은 직장이었다. 제주 바다가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손 가락 빨면서 행복할 수는 없으니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처음엔 제주도에 내려가서도 방송작가를 계속 해볼까 고민했지 만 서울의 방송가와 지방방송은 제작 환경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어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어떤 일자리가 많은지 알 아봤는데, 역시 관광지 특성상 서비스업이 대다수였다. 여행사, 가이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같은 일이 많았다. 한 번도 접 해보지 못한 일을 무턱대고 제주까지 내려가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 고……. 나이 서른에 할 줄 아는 건 방송작가 일뿐인데, 어떤 분야라 도 초보라면 누가 일을 시켜줄 것 같지도 않았다. 여행사나 관광가이 드는 중국어나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고, 게 스트하우스 스태프는 결국 숙박업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가 게 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게 아닌 이상 그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시 간이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본업의 비중을 줄이고 스타벅스 알바를 시작했 다. 이왕 경험 쌓기를 한다면 개인이 운영하는 곳보다 세계적인 브랜 드를 가진 카페에서 일하는 편이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경력 으로도 인정받기 쉽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음을 굳히고 바로 이력 서를 접수했더니, 운 좋게도 집과 가까운 매장에서 연락이 왔다. 이때 부터 나는 방송 작가와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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