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꾸거 말해요.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오늘 아침엔 기분이 안 좋은지 질문이 많다. 솔이는 피곤하거나 불안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질문이 많아진다. 내 대답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질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내가 어느 장단에 맞춰도 정답이 아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아마 빨리 나가서 엄마한테 두 발 자전거 타는 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맘대로 안됐고, 비가 많이 오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샌들을 신고 나와 발이 다 젖었다. 장화 갈아신으러 갈 시간이 없다는 엄마의 말에 더 속상했겠지, 그래서 그런지 10분도 채 안 되는 등원 길에 솔이는 벗으라는 마스크도 안 벗고 시크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댔다.


좌회전 신고가 바뀌자마자 빵빵 거리는 뒷 차에, 마음이 급한가 보네 한마디 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그 빵 거리는 소리가 왜 엄마한테 하는 거야? 소리는 옆으로는 안가? 아무리 급해도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엄마가 앞에 있지 말고 주차장에 들어가지 그랬어 라며 나를 혼냈다. 그런 솔이를 보며 배시시 웃고 있는 내가 더 마음에 안 들겠지, 귀여운 것.





근데 솔이랑 나, 동시에 둘 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꼭 싸움이 난다. 대체로 내가 어른 다움을 잃어버리거나 솔이가 쉬지도 않고 시비를 걸며 투정을 부릴 때면 무슨 자매 싸우듯이 싸운다. 나는 어설픈 핑계를 대며 솔이를 혼내고 솔이는 말도 안 되는 걸 물고 늘어져 진흙탕이 된다. 대체로 피아노 수업까지 마치고 하원하는 4시에서 5시 사이 (솔이의 긴장이 풀어지고 피로가 몰려오는 시간), 자기 전 양치질 시간 (모든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우고 서 있을 힘도 없이 안아달라고 하는 시간) 이렇게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솔이랑 티격태격한다.


오늘은 좀 더 어른스럽게, '엄마'답게 굴자고 매 번 마음 먹지만 출산의 고통을 까먹고 또 둘째를 낳았듯이 굳은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솔이랑 싸운다. 고백하건대, 그 싸움에는 내 개인적인 스트레스, 긴장, 걱정 뭐 그런 감정들이 같이 쏟아져 나온다. 엄한 데서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못난 것.






요가원 시작하고부터 스트레스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 동안 날이 서있었는데 그걸 자꾸 집에서 풀게 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특히 솔이에게 유치하게 구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그릇이 이렇게 작았나 자괴감 들고 괴롭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주 솔이가 부산에 가 있는 동안, 한 템포 쉬면서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좁디좁은 내 그릇을 찢으며 살아가는 이 시간들이 결국에는 나의 가족, 나의 성장을 위한 것이니 더 이상 어리석게 굴지 말자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글로 적으니 이렇게 말이 된다. 무튼 솔이랑 제발 유치하게 싸우지 말자 생각했다.


그래서 솔이 하원 시간, 양치질 시간에 나는 로꾸거로 말한다. 거꾸로 말한다. 잔소리하고 싶을 때나, 내 짜증이 섞여 나올 때 일부러 거꾸로 말한다. 이렇게 말 한지 이제 한 4일쯤 된 거 같다. '리빨, 리빨, 어싫, 어싫' 뭐 말 자체는 부정적인데 그 말을 하는 내 모습이 바보 같아서 그런지 솔이도 웃고 나도 웃는다. 분명 혼내는 건데 혼내는 것 같지가 않다. 날카로운 진심을 담았는데 무딘 느낌이다. 로꾸꺼 덕분인지 솔이가 부산에서 돌아온 지 5일 째인데 한 번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고 화내지 않았고 큰소리 내지 않았다. 빙구같이 많이 웃긴 했지만 그 덕분인지 솔이의 피로와 투정을 오롯이 그것으로만 받아들여 상황을 잘 넘겼다.


이걸 뭐 육아의 노하우라던가, 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법이라고는 절대 말 못 하지만 나중에 또 이 모든 걸 까먹고 솔이랑 으르렁 될 때 이 글을 다시 찾아 읽고자 기록한다. 나의 시행착오 리스트에 업로드하는 중 : )






오늘 하원 길에 같은 반 친구가 솔이에게 잘해줬다 안 잘해줬다를 반복하며 솔이랑 놀았다 안 놀았다 하며 솔이 마음을 속상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에 앉자 조금 울먹였다고 했다. 화장실 옆 칸에서 또 다른 친구도 똑같이 울먹였다며 그 친구는 바보야! 라며 말했다. 말하는 지금도 마음이 울먹인다고 말하더니 금세 얼굴을 찡그리고 대성통곡을 한다. 으앙.


아이고 마음 아파라, 내 딸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는 날이구나. 아이고 맘이야. 그런 솔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위로와 용기를 주며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솔이도 살면서 나처럼 무수한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경험하겠지. 그런 솔이 곁에 함께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할 수 있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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