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희열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어제 <1일 1행의 기적>을 완독하고 나는 아침 6시 알람을 맞춰 놓았다. 일어나서 하고 싶은 요가 수련 영상도 찾아두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침 8시쯤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오늘은 날도 흐린 게 햇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하루 하나 결심했는데 이것도 못했다니 ㅠ 안 그래도 알람을 듣고도 침대에 얼굴을 파묻은 나 자신이 미워지는데 날씨까지 흐리니 아침 시간이 즐거울 리 없다.



나에 대한 원망을 애써 모른 척하려는 건지 나는 평소보다 더 분주히 솔이 등원 준비를 했고 작은 그릇들을 몇 개 씻었고 보리차도 끓였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도 요가복을 갈아입었다. 요가복을 꺼내려 서랍을 열었을 때 배가 다 드러나는 크롭 요가복이 눈에 띄었다. 이 옷은 한창 열심히 운동해서 복근을 만들 거야 빠샤! 파이팅 넘칠 때 사서 한 번도 요가학원에 입고 간 적이 없는 옷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냥 그날그날의 운동만 했지 임계점을 넘어 달콤한 식스팩을 만들지 못했고, 출산 후에 찐 뱃살들이 적나라하게 접히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가 창피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혼자 운동할 때나 한 번씩 꺼내 입곤 했지만 그것도 남편이 있을 때는 이 옷에 더 손이 안 갔다. 그랬던 그 옷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래 이거야!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 옷을 입고 공복인 내 배를 그나마 위로 삼아 요가 학원으로 갔다. 아무도 내 옷엔 관심이 없을 테지만 요가 학원으로 걸어가는 내내 배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신경 쓰였다.


그런데 요가 학원에 들어가 옷을 벗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엄마나, 볼만한데? 공복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날씬해 보이고 매번 입던 평범한 요가복에서 벗어나니 묘한 쾌감이 들었다. 자리를 잡고 몸을 풀 때는 혼자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 허리를 바로 세우며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필라테스 수업은 내 배를 절대 감춰주지 않았다. 어느샌가 가슴까지 올라온 옷 밑으로 적나라하게 접힌 뱃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욕실에 가지런히 접어 둔 몇 장의 수건들이 여기에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앞으로 뒤로 특히 옆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뱃살의 존재감이 빛나는데 오히려 나는 희열 같은 게 느껴졌다. 쏘 왓! 이런 느낌? 그러면서 마주한 내 뱃살들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더 당당하게 못을 움직이며 운동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대자로 누워 숨을 고르는데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왜 이걸 사놓고 진작에 입질 않았을까 6개월이나 숨겨놓은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감싸고 있던 무의미한 껍데기 하나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희열이다. 기쁨이다.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는 그 짜릿함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다음 운동 시간에는 시어머니가 가슴이 너무 커서 못 입는다고 주신 크롭 브라 운동복을 입고 올까? 생각했다. 나는 가슴도 부족하고 뱃살은 넘치지만 감춘다고 감춰질 것도 아닌데. 아니 감출 이유도 없는데. 오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스스로 전하면서 하루를 완주할 수 있는 힘을 다시 얻었다. 일찍 일어나기는 실패했지만 단 하나의 실패로 하루를 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멋지게 완주할 것이다. (오늘 글을 희망 뿜 뿜 의지 뿜 뿜 백만 긍정 뿜 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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