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 ing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태어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았는데, 깃털같이 가볍고 새싹처럼 보드랍고 가느다란 저 작은 아이가 고열에 시달린 지 오늘이 사흘째다. 구토 두 번, 잦은 복통, 기운 없음, 어지러움, 탈수 그리고 고열. 자면서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제저녁엔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거의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수족구 확진을 받은 날 저녁엔 응급실에 가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고 밤 열두 시가 넘어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춥다며 몇 마디 하고는 기절해 버렸다. 이 무슨 난리통인가, 그 와중에 솔이가 꺼져버리지 않기를, 제발 이겨내기를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게 사흘 째. 다행히 어제부터는 입 안에 수포들이 나아지고 있는 건지, 차갑고 단 음식들을 주면 잘 먹는다. 그 전엔 물 조차 먹기 힘들어해서 탈수가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설탕에 절인 황도, 오이, 아이스크림, 유산균 음료 그리고 사탕도 조금씩 먹는다. 그래도 한 세 시간쯤 지나면 당분 효과가 사라지고 금세 또 고열이 난다. 해열제를 이렇게 많이 먹여도 되나 싶게 해열제를 달고 산다. 새벽에도 두세 번은 깨워서 먹여야 할 정도다. 양치질은 무슨, 뭐라도 먹고 기운을 차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해열제를 먹고 잠든 솔이가 경기를 일으키며 자꾸 깨, 옆에서 솔이를 꼭 안아줘야 한다. 그렇게 온종일 솔이랑 같이 붙어 있으니 이 어린것이 얼마나 고생이 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만히 잠든 솔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 다 잊기도 한다. 너무나 순수하게 사랑스러워서, 꾸밈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여기 왜 있는지 조차 까먹고 그저 웃게만 된다. 그래서 친정엄마와 전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엄마, 솔이가 아프니 내 마음도 너무 아프고 힘든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솔이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기도 해'







친정엄마는 애 아픈데 무슨 소리냐 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작년 9월부터 솔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며 적응하는 동안 받은 스트레스, 그리고 여전히 집이, 엄마가 제일 좋아 라며 아침에 등원 거부를 할 때도 사실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런데 요 며칠은 그런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보내서 그런가 (스트레스 사요나라 수족구 곤니찌와다 ㅠ) 마음 한편이 편안하다. 솔이가 기관에 다니기 전 2년 동안 내가 얼마나 솔이랑 하루를 재미나고 알차게 보냈는지도 생각나면서 지금 이런 시간이 고맙기도 했다.


고마워 솔아


주말인 오늘은 다행히 남편이 집안 일도 해 주고 솔이도 많이 챙겨줘서 며칠 만에 다시 글을 쓴다.






어제 솔이를 혼자 침대에 두고 샤워를 했다. 혼자인 게 무서울 까 봐 안 방 문도, 화장실 문도 열어두고 샤워를 하다 솔이가 잠든 것 같길래 살짝 화장실 문을 닫으니 저 멀리 안 방에서 배에 힘을 준 솔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엄마, 문 열어 놓고 해야지! "

샤워를 마칠 때쯤 솔이가 큰 소리로 배가 고프다고 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며 배가 고프다고 했다. 죽이랑 아이스크림을 챙겨 온다 하고 방을 나서는데 다시 나를 불러 세운다. " 엄마, 배가 고픈 게 아니었어요, 소화가 되는 소리였어요 그러니 죽 말고 아이스크림만 주세요."



모든 것이 귀엽다. 멀리 있는 엄마가 자기 목소리를 못 들을까 봐 배에 힘을 잔뜩 주고 외치는 솔이의 모습도 귀엽고, 잔소리도 귀엽고, 잔꾀도 너무나 귀엽다. 아파도 저렇게 귀여울 수 있는 솔이를 꼭 기록하고 싶다. 아파도 할 건 다 하는 솔아, 정말 고맙다. 오늘도 엄마 아빠랑 잘 이겨내고 고열 따위 물리치자 우리 모두의 마음 모아 슈퍼영웅 솔이!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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