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월 25일은 남편의 월급날이자, 남편의 두통이 발동하는 날이었다. 예전 직장에 비해 연봉도 많이 올랐고 씀씀이도 크게 변화가 없는 거 같은데도 서울 올라온 뒤로 남편은 두통을 달고 살았다. 큰 집으로 이사하면서 대출을 받아 이자가 생겼지만 그 전 월세에 비하면 조금 줄기도 했는데, 꾸준히 가계부를 쓰는데도 우리는 언제나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 남편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매 달 잘 넘기기가 어려우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주말 아르바이트도 알아보고 나중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건 어떨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는 나의 쓸데없는 적금 욕심도 한몫을 했겠지. 카드값은 못 내도, 독촉 전화를 받아도 적금은 꼭 넣고 싶어 하는 내가, 씀씀이는 잘 줄여지지 않지만 그래도 적금 풍차를 돌릴 생각만 하는 내가, 그런 내가 집안의 경제권을 가지고 있으니 남편은 꾀나 답답했나 보다.









애초에 각자의 생활비를 최소 단위로 잡고 나머지 돈은 흐지부지 된 뒤, 생활비가 부족해 카드를 쓰고 다음 달에 이월되는 그런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 서울 온 지 3년 찬데 3년 차 빚쟁이가 돼버렸다. 주말마다 놀러 다니고 주중에도 외식을 하고, 입고 싶은 거 안사고, 하고 싶은 거 참는다 참는다 하면서도 소소하게 돈이 나가는 걸 스스로 확인할 때면 나도 깊은 한숨이 나오곤 했다. 이런 문제로 남편과 이야기하다 보면 감정 상하기도 쉬웠고 서로 속상한 마음에 괜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모든 적금을 해지했다. 그리고 카드값을 다 갚은 뒤 카드를 없앴다. 물론 모든 카드는 없애진 않았다. 불필요하게 너도 나도 가지고 다니면서 돈 없는데도 있는 거처럼 쓰던 카드를 없앴다. 그리고 남편에게 없는 소리, 걱정스러운 말들을 줄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그 적금으로 부자는커녕 계속 빚쟁이 일 듯했고 남편도 나도 돌아버릴 거 같았다. 그래서 빚도 예금도 없는 오늘만 사는 가족이 되었다.







그래도 참 카드는 끈질기다. 어느샌가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와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월급날 월말 정산을 하면서 더 이상 서로 고개만 숙이고 이야기하다 싸우지 않는다. 대신 수고했다 말하고 소소한 축하의 시간을 가진다. 고기를 사 와 굽는다던가 외식을 하고 들어온다. 남편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걸 나는 알았다. 우리가 연인에서 부부, 그리고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고 전보다 더 소중히 해야 함을 깨닫는다. 이미 내 삶을 반을 그가 또는 그녀가 지탱해주고 있으니.



이번 월급날은 그런 우리의 마음처럼 즐거웠지만 파산의 달을 앞두고 건강보험공단이 아주 사악한 짓을 해서 멘붕이다. 그래도 일 년을 보면 하루고, 한 달 뿐인 가정의 달 5월을 후회 없이 잘 보내야겠다. 이번 달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카드에게 먹이를 던져줄 테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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