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육아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남편이 출장을 갔다. 오늘 하루는 솔이와 나, 그렇게 단둘이 멋진 밤을 보낼 것이다. 남편의 퇴근이 없으면 솔이와 조용히 책을 읽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 수도 있다. 남편이 없으면 믿는 구석이 없으므로 솔이와 싸우지도 않을 것이고 최대한 솔이의 기분을 잘 맞춰줄 것이다. 무한히 사랑만 주는 아빠의 역할을 오늘은 내가 겸할 수 있어서 어쩌면 다행이기도 한 날이다.








오전에 학부모 참여 수업 후, 점심 먹기 전에 같이 하원을 했다. 놀이터를 독점하고선 원 없이 그네도 타고 비둘기 밥도 주고 햇살 놀이도 하고 놀았다. 집에 돌아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잠이 들었다. '침대가 폭식 폭식하잖아 ' 라며 엄마 아빠 침대에서 낮잠도 두 시간 잤다.


나도 솔이가 그렇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더 자주 솔이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울더라도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어서 나도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솔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글을 두 편 썼고 차도 좀 마셨다.




오후엔 솔이 학습지 선생님이 잠시 오셨다 가셨고, 식탁 의자를 다 꺼내와 거실에서 징검다리 놀이도 하고 베란다 청소하는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약국 놀이도 하고 혼자 물티슈로 청소도 했다. 그런 과정마다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내가 달려갔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로 솔이의 시간이 채워져 갔다. 오늘 하루는 정말 끝내주게 좋은 날이란 생각도 했다. 비록 아침 운동을 못 가고 집안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지만 딱딱 시간 맞춰 먹일 필요도, 재울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나도 여유롭다.








그렇게 일곱 시가 넘어 산책이 가고 싶다고 옷을 두 겹 세 겹 입는 솔이를 말리지 못하고 또 놀이터로 향했다. 저녁은 간단하게 가락국수를 먹을 생각이라 저녁 걱정 없이 킥보드를 끌고 나가 한 참을 놀다 들어왔다. 노을이 지는 게 예쁜지 그네를 타면서도 계속 노을 지는 뒤를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파트 꼭대기 층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며 말하기도 했다. 예쁘다. 내 눈에 내 딸은 너무나 예쁘다. 이렇게 늘 빛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게 나는 내 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늘 하루는 솔이에게 모든 면에서 오픈된 하루를 보내서 인지, 마음은 편했지만 사실 몸이 조금 분주했다. 그렇게 저녁까지 같이 잘 먹고, 양치질도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고 싶은 만큼 책도 꺼내와 한 권 한 권 재우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책을 같이 읽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높은 반, 네 살 해님반이 되고 나서는 나이를 어찌나 강조하는지 책에 나온 모든 친구들에게 나이를 묻고 자기는 네 살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에서 제일 언니, 누나라 다른 친구가 다섯 살, 여섯 살이라 동생이라 하면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싫은지 자기는 무조건 언니라고 울어댄다. 그렇게 우여곡절 다 넘기며 한 권의 책을 겨우 끝내고 또 끝냈다.


지난달부터는 저녁잠자는 동안에도 기저귀를 안 하니, 책 다 읽고 나도 소변을 보고 솔이도 자기 변기에서 볼 일을 봤다. 그리고는 불을 끄고 누웠다. 하. 끝났다.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몸은 어찌나 피곤한지 오전 오후로 놀이터, 아파트 단지를 걷고 또 걸었더니 다리도 붓고 집에서도 솔이가 부를 때마다 가서 도와주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했더니 사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러니 불이 꺼지자마자 나는 하 - 보람찬 오늘 하루 끝!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솔이가 방금 소변을 봤는데도 또 쉬아가 마렵단다 ㅠ. 이게 자꾸 습관이 되는지 요 며칠 계속 소변을 보고도 또 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는 물을 마시러 나가자고... 아마 졸리긴 하지만 잠들기는 싫은거겟지. 이맘때 아이들은 잠자는 거 자체가 엄마랑 헤어지고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 무섭고 싫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아마 그래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잠들기 직전에 꽁냥꽁냥 거리는 게. 그런데 어제는 하루를 완벽하게 잘 보냈다고 생각하고 불을 껐는데 솔이의 그 잠투정이 어찌나 귀찮게 느껴지던지. 소변이 마렵다는 솔이에게 몸을 베베 꼬며 '엄마 정말 귀찮아 솔아 ~~ 너 조금 전에 쉬아했잖아 그냥 자~~' 얼마나 애원을 했는지 모른다.








그게 또 속상했는지 대성통곡을 하는 솔이를 안고 어른 변기에 앉히니 곧장 '쉬아 안 나와' 그런다. 내가 '요 녀석 거봐 엄마가 쉬아 금방 했다고 했잖아' 하면서 콧등을 톡 쳤더니 서러워 서러워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그렇게 솔이는 울면서 잠들었다. 하 정말 완벽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솔이 재우고 나와 책 읽고 다시 글 쓰기로 한 내 마음도 그냥 전원을 꺼버리고 솔이랑 같이 자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 오늘은 남편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그러고 나니 솔이가 어제 보다 더 예뻐 보인다. 나는 내 딸이 너무 좋다. 너무 사랑스럽다. 오늘은 완벽 육아를 꿈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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